특히 1953년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기지로 이전하면서 용산에서는 미8군의 역사가, 인근의 이태원에서는 기지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창녀들의 언덕(hooker hill)”이라 불리는, 이태원 소방서 인근에 소위 “양키 바” 밀집 지역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1950년대 후반이었다. 덧붙이자면, 루인의 논문 ‘캠프 트랜스: 이태원 지역 트랜스젠더의 역사 추적하기, 1960~1989’가 밝히듯 이태원 기지촌 여성들의 역사는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태원의 전성기라고 알려진 1988년은 반미시위가 가장 많이 열린 해이기도 하다. 민주화 이후 미국이 빼앗아간 것을 되찾으려는 열망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이때 기지촌 여성들의 몸이 매개한 “양키”와 ‘미국적인 것’에 가장 손쉽게 추방 명령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