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2019 TDoR 성노동 프로젝트 제 2회

[2019 TDoR 성노동 프로젝트 제 2회] 2부 #3. 지금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에게 필요한 것 : 차별금지법, 기본소득, 법적 성별 정정의 필요성과 정상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와 성매매 특별법의 한계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1. 2. 16:30

2019 TDoR 성노동 프로젝트 1부 #1. 트랜스젠더•성노동자가 사회에서 강요받는 젠더 표현, 낙인에 대해 링크: https://sexworkproject.tistory.com/18?category=859771

2019 TDoR 성노동 프로젝트 1부 #2.트랜스젠더•성노동자에게 '일자리', '비정규직', '성노동', '적응할 수 없는 정상규범의 직업'이란 의미? 링크: https://sexworkproject.tistory.com/19

2019 TDoR 성노동 프로젝트 2부 #3. 지금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에게 필요한 것 : 차별금지법, 기본소득, 법적 성별 정정의 필요성과 정상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와 성매매 특별법의 한계점 https://sexworkproject.tistory.com/20 

2019 TDoR 성노동 프로젝트 2부 #4.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단체 활동가로서의 고충 나누기 https://sexworkproject.tistory.com/21?category=859771


 

#3. 지금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에게 필요한 것 : 차별금지법, 기본소득, 법적 성별 정정의 필요성과 정상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와 성매매 특별법의 한계점

 

[세실] 10분 동안 휴식하면서 1부 정리 하겠습니다.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라고 하면 트랜스 여성에 한정되어 이야기되고 성노동자와 트랜스젠더를 하나의 동질한 집단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을 다 같이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었네요. 그리고 트랜스젠더가 성 산업에 많이 유입되는 이유는 성노동이 아닌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생존이 가장 큰 문제인데 트랜스젠더에게 당장 돈을 벌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상성 규범에서 벗어난, 바이너리 젠더 패싱이 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보통 말하는 일반적인 직업을 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는 이유가 나왔고요. 또, 트랜스젠더는 패싱을 위한 수술비, 재수술이나 후유증을 대비하기 위한 돈, 그리고 회복할 동안 필요한 돈을 단기간에 벌 수 있는 노동의 선택지가 성노동이 유일하다는 점. 2부에서는 지금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에게 필요한 것 : 차별금지법, 기본소득, 법적 성별 정정의 필요성과 정상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와 성매매 특별법의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게요.

[겨울] 1부에서도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왜 성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얘길 했었는데요. 수술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봤을 때, 몸에 대한 디스포리아가 있어서 수술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디스포리아가 아주 심하지 않아서 큰 수술 안 하고 살면 살겠다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법적 성별을 바꾸려면 수술이 거의 강제적인 필수 조건이잖아요. 그래서 수술을 했었거든요. 법적인 성별을 바꿀 때 수술을 강요하는 요건 자체가 없어지는 게 굉장히 필요하고, 큰 의료비 중에서 조금이라도 나라에서 의료보험 지원이 제도화된다면 부담이 줄어들 테니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데이빋] 저도 법 관련해서 다양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법도 찾아봤어요. 올해 활동했던 거랑 비추어서 생각해보니까 제일 시급하다 느꼈던 건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런 쪽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3월에 MBC 아이돌 챔프에서 트랜스 혐오 발언을 했거든요. 그래서 인권위에 진정도 했는데, 아이돌 챔프 진정 얘기가 오가는 도중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즌 2에서 트랜스 혐오 발언이 또 나온 거예요. 인권위에 계신 어떤 분이 저희에게 얘기하기를, 자기들도 이 부분이 트랜스 혐오라는 거에 대해서 논의를 할 부분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공감을 한다. 하지만 인권위가 독립적인 국가기관이라 해도 차별금지법이나 그것에 준하는 법이 필요하다. 물론 꼭 그런 법안이 없더라도 '어떠한 혐오 표현이 있으면 벌금형을 내린다.' 이런 식의 가이드라도 있다면, 우리가 뭘 하겠는데, 없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답은 각하 결정이다. 이런 식으로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되게 답답하다. 2019년이고, 다른 나라에선 저런 혐오 발언을 하면 방송 퇴출, 피디직 해임이 가능한 건인데,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대국 OECD 어쩌고 경제 대국 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런 인권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한 게 많잖아요. 다양한 법이나 사회변화가 이루어져야겠지만 필요한 게 있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지 않을까. 단순히 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보다, 트랜스젠더나 페미니즘 이런 거에 대한 기본적인 시민교육이 조례 같은 걸로도 가능하잖아요. 교육을 위해서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건 뭘까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겨울] 저도 최근에 든 생각이거든요. 이전에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서 법적 성별 정정하는 특별법이 생기면 좋을 것 같고, 의료보험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사실 법적 성별 바꾸고 수술하고 나서 성노동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트랜스젠더도 그렇고 아닌 분들도 그렇고. 법적 성별 특별법이 생기고, 의료보험이 지원된다 하더라도 성노동 하실 분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성노동자의 노동권 같은 기본권이 현재 보장 안 되고 있잖아요. 심각한 문제인 거 같아요. 최근 아는 언니가 성노동 노조 비슷한 걸 만드는 게 자기 꿈이래요.

[열심] 그분 연결해주세요. (웃음)

[겨울] (웃음) 그분이 최근에 업소 알아보면서 어떤 업소 갈까 고민하다가 어떤 업소에서 근로계약서를 써줄 테니까 오라 해서 거기에 갔대요. 딴 건 다 안 보고 자긴 평생 업소에서 일해오면서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었대요. 그래서 자기도 근로계약서 쓰고 진짜 노동자처럼 일해보고 싶어서 근로계약서를 써주는 업소에 가서 일을 시작했더라고요. 근로계약서만 쓰더라도 이런저런 제도적인 혜택을 성노동자가 많이 얻을 수 있고, 이런 혜택을 성노동자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해달] 바꿔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형법적 법제화 논의에만 머물렀을 때 오히려 누락시키는 문제들이 너무 많아 보여요. 저는 노르딕 모델에 대해서 너무나 비판적이에요. 정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죠. 노르딕 모델을 통해 성 산업이 정말로 축소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있고,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들을 경찰 공권력을 동원한 단속으로 다 해버렸다는 착각을 주는 부분도 있어요. 실제로 한국도 성 구매자 처벌, 성 구매자 범죄화 정책을 수십 년 동안 해오고 있었잖아요. 근데 효과가 없었죠. 그런 것만 봐도 성 구매자를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이 정말 괜찮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아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범죄화가 대안이어야 된다고 말한다면, 그 말 속에서 또다시 저희가 놓치고 있는 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노조법 같은 경우, 손대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지금 완전 비범죄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노동법으로 성노동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에요. 손봐야 할 제도들이 너무나 많아요. “성노동은 노동이다, 성노동 비범죄화”라는 구호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그것 이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할 이유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후 성노동 비범죄화 정책을 한국에서 잘 적용하려면, 가령 성노동자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면, 노동법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나중에 파업에 동참하는 성노동자들이 생겼을 때, 이 사람들이 잃게 되는 소득, 수입 등은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 이 연장 선상에서 기본소득 같은 대안들도 함께 고민하게 되는 거겠죠. 초이스를 받지 못해 업소에서 대기만 하다가 수입을 못 얻는 성노동자들도 있잖아요. 이런 부분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더 많은 추가적인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차별금지법이 세세한 혐오 발언들 규제하기 위한 법은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포괄적인 원칙을 세우는 법이고, 실제로 페미니스트들이나 퀴어 단체 안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지점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혐오 발언 문제를 형법적 규제로만 접근하고 언제나 처벌을 통한 해결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이미 우리가 성노동에 대한 형법적 제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듯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가 운동을 할 때는성노동자 노조를 만들어야 해” 이런 구호도 중요하지만, 성노동 비범죄화가 실현된다 해도 성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질 수 없는 상황이 왜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해요. 어떤 제도적인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하고, 그런 제도적 여건이 갖춰진다 해도 실제로 성 산업이 단일한 산별 노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분위기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 성 산업 내에 수많은 유형의 성노동이 있잖아요. 관리자와 친한 업종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업종들이 있고요. 산별 노조가 결성되기 어려운 한국의 노조 문화도 있지요. 산별노조가 어렵다면, 법외노조라도 세우는 게 좋은 것인지. 성노동 당사자들의 단체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왜 꼭 노조여야 하는지. 이런 부분들이 다 논의가 되고, 사회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우리가 그 전에 여러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지금까지 깊은 논의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가족 중심의 복지제도를 함께 비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트랜스 성노동자들에게 특히 더 굉장히 와닿는 운동 방향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가족 구성권이나 주거권에 대해서도 성노동 문제랑 같이 포괄적으로 다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꼬꼬] 그 얘기 하시니까 제가 사례를 제대로 떠올렸는지 모르겠는데, 북아일랜드인가 아일랜드가 성노동자이기 때문에 자기 자녀와 분리되는 경우가 있었던 거로 기억하거든요.

[해달] 맞습니다. 북아일랜드에서 성노동자가 양육권을 잃게 되는 사례는 굉장히 많지요. 대부분은 양육권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거권, 그러니까 공공주택 접근권을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성노동자가 단속에 걸려 양육권을 잃게 되면, 그분들은 이후에 집도 못 얻게 돼요. 이 과정을 통해 성노동자는 계속 성 산업 안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만들어집니다.

[왹비] 성매매 특별법도 성노동자들 시각이 다르거든요. 집결지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언니가 성매매 특별법 꼭 폐지돼야 되냐? 이러는 거예요. 왜냐면 집결지가 이제 재개발이 얼마 안 남아서 단속이 거의 안 들어오고, 업주들 말로는 단속에 걸려도 아가씨가 걸리는 게 아니라 업주가 걸린다고 해요. 그러니까 그 말 그대로 놓고 보면 집결지 성노동자는 스스로 성특법에서 피해 보는 게 크게 없다고 여길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성매매 특별법에서 단속을 심하게 받지 않는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성특법이 굳이 없어져야 하냐. 오히려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경쟁이 과열되어서 내가 초이스가 안될 거다. 그럼 나 돈 못 버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심심할 때  꾸준히 보여요.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죠.

[겨울] 말씀하신 것에 대해 요즘 트위터를 보면 성노동이 노동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틀렸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어떻게 우리와 같이 의견을 함께 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운동의 방향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꼬꼬] 저는 그런 사람들이 얘기하는 노동은 신성화된 노동이라는 생각을 해요. 어떤 노동은 돈을 받고 양지에서 드러나도 괜찮은 노동이지만, 어떤 노동은 안 된다고 하는 기준이 우습다고 생각해요. 이런 논리에 대해 반대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데, 생각하다 보면 저런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나 그럴 때가 있어요.

[열심] 제가 얘기하려고 했던 것도 꼬꼬 님 얘기하신 거랑 비슷해요. 겨울 님이 얘기하신 거 듣고 생각한 건 '성노동은 노동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상정하는 노동은 신성하고, 반드시 바람직한 가치를 생산해 내는 노동만 인정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성적 쾌락이나 설렘을 생산하는 가치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들로 여긴다고 느끼고, 여기에는 섹슈얼리티 혐오가 엉켜있단 생각도 듭니다.

[해달] 노동의 신성화 신화를 밀어붙였던 사람들이 주류 페미니즘 안에 아주 많으시잖아요. 노동이라면 어떤 바람직한 가치를 생산해 내야하고 뭔가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노동이 뭐가 있을까. 착취 없이 보람만을 느끼는 노동들. 대개 우리는 착취를 당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보람도 느끼는 중간 어느 지점에 있잖아요.

[겨울]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일이 되면 하기 싫고 보람이 전혀 안 느껴지거든요.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거지. 왜 그렇게 보람을 찾는지 모르겠어요.

[꼬꼬] 드라이빙 가이드 일을 하면서, 제 나이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여기 딱 걸려있고 그 지역에는 이런 안내사가 없거든요. 저는 그 지역에 내려가면서 이 지역 가면 내가 떼돈 벌 수 있겠다. 이 느낌으로 갔는데, 제가 기대했던 것은 그 지역에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거였어요. 그런데 실제로 제가 가서 만난 것은 전부 다 50~60대 아재들만 만나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외국인 상대의 교육과 훈련을 받았는데, 실질적으로 했던 건 그분들이 술 마시면서 바이어(*기업가)들한테 농담 따먹기 할 수 있는 말들을 해줘야 하는 거였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서 그래, 나는 내가 즐길 수 있는 노동을 하려면 여기서는 어떻게든 떠나야겠구나 했어요.

[열심] 성노동하셨네요.

[꼬꼬] 일종의 접대를 한 거죠.

[왹비] 저는 지금 오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산부인과를 주기적으로 가거든요. 갈 때마다 질염이나 성병 결과가 나온단 말이에요.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선생님이 남자친구 같이 데려오세요. 이러는 거예요. 근데 남자친구가 없거든요. 하지만 제가 이거 관련해서 사실 저는 성노동자고 어쩌고저쩌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아 네 이러거든요. 그 산부인과를 또 가면 "남자친구를 왜 계속 안 데려오냐, 남자친구가 주사 맞아야 한다." 이게 되는 거예요. 이래서 산부인과 한 곳을 주기적으로 다니기 힘들고, 옮겨 다녀야 해요. 제가 성노동을 한다. 밝혀도 건강권이나 의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노동 환경에서 안전할 권리를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가 출장 오피라는 업종에서 일하거든요. 손님이랑 저랑 한 공간에 일대일로 있어야 해요. 만약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기사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기사가 같이 일하는 동료긴 하지만 믿음직한 인물이 전혀 아니에요.

아가씨와 기사가 서로 친하다면 위험한 상황에서 기사가 아가씨를 구해주러 올 수 있는데, 그게 아니면 그런 상황에 기사가 구해주러 올지 안 올지 미지수인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출장 오피 기사는 위급한 일이 있어도 안 올라오는 애들도 있고, 그냥 아가씨 돈 갖고 튀는 애들도 많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성노동자의 안전망은 기사 하나잖아요. 마치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의. 이게 정말 내 안전장치가 맞기는 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제 출근했는데 손님이 갑자기 강압적으로 굴면서 목을 조르는데 하지 말라고 하다가 대충 맞춰줬거든요. 좀만 더 오버됐으면 숨을 못 쉬는 상황이 됐을 거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 내 노동권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는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 성노동자 혼자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고 한계가 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성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말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결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오피는 생리를 한다고 하면 쉬라 하거든요. 일주일 정도. 근데 집결지에서 생리한다 말했는데 일단 나오래요. 나갔더니 "생리를 하면 솜을 끼고 해라" 이러는 거예요. "솜 두 개를 물에 묻혀서 질 안에 넣어서 해라." 성노동자의 생리휴가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거잖아요. 집결지는 2019년인데 아직도 이런 방법을 고수하고 강요하는구나 했어요. 성노동자의 노동시간 같은 경우, 정해져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만약 초이스를 받았는데 그 손님이 이 아가씨가 너무 좋아서 연장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막 몇 시간있어 줘야 하는데,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겨버리는 거죠. 퇴근하고 싶어도 영업진의 이익, 성 구매자의 기분, 영업진과 성 구매자 사이를 끈끈하게 하기 위해 성노동자를 소비함으로써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는 것들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이 성노동자는 과노동을 하게 되는 거죠.

어제도 오전 4~5시에 퇴근을 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한 새벽 4시 이때쯤 되어서 아 이제 퇴근이다 하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실장한테 전화가 와서 100만 원 콜이 왔다 너 들어가라 이러는 거예요. 100만 원 코스면, 거의 반나절을 노동 해야 하는데 그럼 거의 오후 6시까지 있어 줘야 한단 거예요. 그래서 저 아파서 안 된다. 이러니까 "진통제 먹고 할 수 없는 거니, 내가 널 위해서 100만 원짜리를 가져왔는데?"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고, 만약 있다고 해도 불법이니 영업진 입장에선 지킬 필요가 없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성매매 특별법에서는 이런 환경을 방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성노동자가 범죄자로 취급받아서 안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고, 그래서 불법 촬영 영상으로 손님이 협박해도 신고를 못 하는 거예요. 이런 문제는 성매매 특별법도 문제지만, 성노동자들이 정보 접근성 자체가 매우 취약해서 생기는 문제 같기도 해요. 예를 들어, 노래방 보도로 테이블만 하는 1종 아가씨들은 어느 정도 법 테두리 안에 보호받을 수 있는 게 있어요. 그런데 그런 정보를 모른다는 거죠. 무조건 성노동을 하니까 보호를 못 받을 거 같아서 신고를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손님이 불법 촬영으로 협박을 하면 신고를 해서 보상이나 그런 걸 받아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또 여성단체에서 성노동자의 법/의료/주거비용을 지원해주고 단속 걸렸을 때 성노동자와 경찰 조사 동행을 같이 가주는 단체도 있구요. 새로운 성매매 관련 법을 제정하는 운동도 필요하겠지만, 저는 이런 정보 접근성을 쉽게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겨울] 공감이 많이 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업소 경험이 없고 어릴 때 조건만남을 했었거든요. 저는 그때 어린 나이에 가서 돈을 안 준다 해도 막 따지기도 힘들었어요. 혼자 간 거였기 때문에. 그 사람이 위협을 하는 식으로 나오면 무섭고, 안 맞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재수가 없었다. 이렇게 넘어갔거든요. 워낙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랐었어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이런 정보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해달] 요즘에 교차성이 화두잖아요. 교차성의 지향이 특정한 억압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억압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 노동을 바라볼 때 우리가 성노동을 옹호하는 논리로 다른 노동에 대한 억압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도 반드시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가령 신성화된 노동의 이미지를 미리 규정해놓고 “성노동은 노동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방식에 대응하는 일은 너무나 필요하죠. 하지만 그 방어 논리로서성노동이 쾌락과 정서를 생산한다”라고 주장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들도 있어요. 분명 성노동을 통해 우리가 긍정할 수 있는 모종의 가치가 생산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역시 무언가를 생산하는 노동만을 노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닌가, 이때 우리가 노동의 생산성에만 너무 사로잡히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요. 이런 논리로 접근하면, 장애인의 노동은 가치 있는 것을 생산하지 않으니, 노동하지 않는다, 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이야기될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도 이런 논리를 통해 장애인 성노동자들이 분명 존재함에도 드러나지 않죠.

저희가 성노동 이슈 안에서 다루지 못하는 영역이 이 밖에도 많아요. 가령, 이주민 성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중요해요. 이주 성노동과 관련해서 성노동은 언제나 인신매매와 함께 다뤄지잖아요. 저는 기존의 성노동 활동가들과의 생각과 다르게, 이주민 성노동이 어떤 면에선 인신매매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주민 규제책들이 굉장히 엄격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러니까 이주민들이 합법적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브로커들한테 막대한 돈을 주고 희망국에 들어와요. 거기서 생긴 빚을 도착국에 있는 여러 산업에 종사하면서 충당하는 거예요. 이때 성 산업으로 흘러 들어가면 이걸 섹스 트래피킹(sex trafficking)이라 부르는 거고, 다른 산업으로 들어가면 휴먼 트래피킹(human trafficking)이라 부르는 것뿐이죠. 빚이 없거나 빚을 다 갚으면 그냥 밀입국자가 되는 거고요. 저는 밀입국이나 이주 성노동, 인신매매가 되게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부분에 있어 이주민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어요. 이분들이 성노동에 유입되는 것은 엄격한 이주민 규제책들과 너무나도 큰 연관이 있고, 사람들은 이것을 인신매매의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어요. 활동가들이 성노동은 인신매매가 아니라고 방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런 방어와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인신매매의 문제를 성 산업 내에서 일어나지 않게 할지를 이주민 성노동자 이야기를 통해서 확장해나간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꼬꼬] 저도 성노동, 성매매, 매춘 다양한 용어들을 공부하면서 언어의 세분화가 필요하단 걸 느꼈어요. 많이 공부해도 우리나라 트랜스 성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없더라고요. 일반적으로 트랜스 성노동자라고 했을 때, 터프 성님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있잖아요. 트위터에서 트젠들 치면 발가벗고 성노동하는 애들이 있는데, 너네는 그런 걸 긍정하냐 이러거든요. 저는 성노동이 부정이나 긍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누군가는 하고 있을 거고, 제가 그런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해도 당연히 누군가는 하고 있는 노동이라고 생각해서 노동이라고 인식을 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노동은 그래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빡치긴 빡치는데, 트랜스 성노동자 관련 통계가 있으면, 너네가 떠드는 건 아무 근거도 없고 뇌피셜로 떠드는 거다 하고 싶어요. 그런데 자료가 없으니 너무 답답한 거예요. 왜 이런 쪽으로는 조사되는 것도 없고, 통계도 없고, 그럴까 해서. 물론 당연히 트랜스젠더가 내가 트랜스젠더입니다. 말하려면 사회적으로 호의적인 시선도 필요하지만, 조사나 자료가 어느 정도 있어야 통계적인 것도 뒷받침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구수를 파악하는 것, 그 인구수 중에서 어떤 사람이 비정규직이고 어떤 사람이 성노동하고 이런 거에 대한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국가 인구에 포함되어서 케어 돼야 할 인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