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 프라이드 no pride 파티

[선언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노 프라이드 No pride 선언문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7. 1. 00:39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노 프라이드 No pride 선언문

 

선언문 전체 읽기 : https://nopride2023.my.canva.site/chacha-statement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이하 차차)는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입니다. 성노동자인 활동가가 성노동자가 아닌 활동가보다 많은 단체이고, 이 선언문을 쓴 활동가와 읽고 있는 활동가가 모두 성노동자입니다. 성노동자가 이렇게 스스로 성노동자라고 말하면서 돌아다닙니다! 흔치 않은 일이죠. 그래서인지 차차는 운동 사회와 퀴어 커뮤니티 안에서도 당사자로서 낙인찍혀 왔고, 무수한 차별과 낙인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성노동자로서 삶을 원한다는 것은 매 순간 내 악명이 먼저 도착해 있는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환대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도 웃어야 하고,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처받더라도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앞으로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다는 압박을 견디면서, 내가 먼저 당신을 환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성노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에서나 성노동자인 차차의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류 운동계에서 우리의 연대체 가입 제안을 거절해도 전력을 다해 다시 두드리는 일. 함께 일하기 위해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 것을 요구받아도 여기서 거절당하면 다른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일단 뜻을 굽힌 채 단체명에 들어간 단어조차 쓸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일. 그러면서 성노동이라는 말을 쓴다는 이유로 성매매피해지원기관에서 탄압받은 피해자에게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정의롭고 당당한 언어로 연대하는 일.

성노동자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주최 측에 문제를 제기한 활동가들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 일. 성노동자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에게 ‘반성매매인지 성노동인지’ 입장을 확실히 정하라는 주의를 주는 활동가, 성노동자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처럼 만들어 공유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활동가들을 알게 돼도 광장에서 소리 지르지 않고 참는 일. 성노동자 권리 운동 연대 발언을 결심한 여성 활동가에게 댓글 테러를 하는 페미니스트들을 지켜보는 일. 우리를 알선업자라고 보도한 여성계 신문사의 기사를 보고 고립감을 느끼는 일. 이 모든 일을 기억하는 일.

차차는 많은 일을 했습니다.

차차 구성원들은 성노동자 권리 운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뭉친 성노동자들입니다. 부당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삭감에 대항하며, 노동자를 착취하고 이윤을 얻는 자본가의 힘을 무력화하기 위해 모인 당사자와 연대자들입니다. 왜 이렇게 반복해서 설명하냐면, 차차에 관한 소문 중에는 차차가 성매매 합법화를 위해 윗선의 사주를 받고 운동하는 불순분자라는 내용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당사자를 데려와라, 너희 같은 사람들은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뒤로 하고 출근하던 날도 있었습니다. 낙인찍히고 차별받는 차차의 투쟁은 운동 사회와 퀴어 커뮤니티에서 성노동자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존중받고 승인받을 기회를 얻기 위한 싸움임과 동시에 지금과 같은 운동 사회와 퀴어 커뮤니티를 격렬히 거부하는 싸움입니다.

차차는 2020년, 2022년에 걸쳐 서울퀴어퍼레이드 부스 모집에 두 번 떨어졌습니다. 성노동자 부스가 서울 시청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동안 대학 퀴어 동아리, 대사관, 대기업 등 다양한 부스가 서울퀴어퍼레이드에 함께 했습니다. 공정한 기준에 따른 심사 결과일 것입니다. 차차는 서울퀴어퍼레이드 활동가들의 노고를 존경합니다.

다만 우리는 2022년의 부스 지원 탈락을 계기로 차차에 축적된 괴로운 역사를 돌아보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 뿐만이 아니라,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합격자를 뽑는 거의 모든 단위가 차차를 뽑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아무도 명확하게 말해 주진 않지만, 어쩌면 그건 우리가 평균적으로 학력이 높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가난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중에 아프고 무능한 당사자가 너무 많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차차가 퀴어도 성노동자도 아니었다면, 건강하고 ‘유능한’ 비성노동자였다면 차차를 떨어뜨린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좀 더 노력해서, 탈성매매한 ‘정상인’이 되어 제도권 입맛에 맞는 활동을 한다면, 차차를 받아줄까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합니다. 우리 모두가 탈성매매한 건강하고 유능한 비성노동자가 될 방법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사회는 조금 끔찍하기 때문에 차차는 차차로 남겠습니다.

차차의 성노동자 권리 운동은 앞으로도 장애, 인종, 이주, 약물, 나이, 직업, 빈곤, 질병, 성별 등의 문제로 주변화된 퀴어들과 난잡하게 섞이며 가겠습니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게 여겨지는 동료 시민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을 ‘프라이드’가 부끄럽게 여기는 불법 존재들의 노 프라이드 no pride 파티에 초대합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