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 프라이드 no pride 파티

[기사공유] 《 퀴어의 자리, 노프라이드 파티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8. 23. 06:26

사진 : 우프

 

《 퀴어의 자리, 노프라이드 파티 》

 

"초국적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아래 길리어드)는 작년과 올해, 퀴어퍼레이드(아래 퀴퍼)에 스폰서십 파트너 부스와 행진 차량에 참여해 ‘HIV 감염인을 응원합니다’ ‘Inclusion & Diversity(포용성과 다양성)’ 등의 캠페인을 벌였다. 길리어드는 성소수자와 HIV/AIDS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타파하고자 열리는 ‘프라이드 갈라’의 주요 후원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길리어드의 ‘퀴어 친화적’ 마케팅 이면에는 약에 대한 특허 독점과 터무니 없이 높은 약가를 통한 자본의 착취가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 착취해 온 대상이 성소수자와 HIV/AIDS감염인이라는 점이다. 길리어드는 HIV/AIDS 치료제 트루바다 특허권을 가진 회사다. 국내 약값은 한 달에 약40만 원이며, 최근 개발한 신약 레나카바비르는 5000만 원이다. 신약은 매일 먹어야 하는 구약과 달리 6개월에 한 번 주사만 맞으면 된다. 이렇게 높은 약가로 얻은 이윤 중 극히 일부를 퀴퍼 때 사용하면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이른바 전형적인 ‘핑크워싱’을 저지르는 기업이다. 이러한 길리어드에 대한 퀴퍼 참여 결정에 지난해 일부 성소수자운동 진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 목소리는 올해 더욱 두터워졌다. 퀴퍼 전날인 6월 30일, 길리어드 코리아 본사 앞에서는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퀴퍼 날인 7월 1일에는 ‘노프라이드 파티’가 진행됐다. 비마이너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기원이 되었던 스톤월 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며, ‘노프라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싣는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5236)


① ‘프라이드’가 부끄럽게 여기는 불법 존재들의 삶과 정치 드러내기 / 나영정

https://bit.ly/3QyB6Zt

 

‘프라이드’가 부끄럽게 여기는 불법 존재들의 삶과 정치 드러내기 / 나영정 - 비마이너

[편집자 주] 초국적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아래 길리어드)는 작년과 올해, 퀴어퍼레이드(아래 퀴퍼)에 스폰서십 파트너 부스와 행진 차량에 참여해 ‘HIV 감염인을 응원합니다’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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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프라이드 파티는 퀴어 프라이드라는 말이 아직 담아내지 못하거나 혹은 프라이드와는 반대된다고 여겨지는 문제를 안고 있는 퀴어들이 경험하는 구조적인 차별과 배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또한 프라이드가 일부에서는 정상성에 가까워지고, 주류화되는 것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경향을 비판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했다.

사실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기원인 스톤월 항쟁은 트랜스젠더와 크로스드레서(주로 다른 성별의 복장을 일시적으로 혹은 특정한 상황에 착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성노동을 하는 퀴어들을 억압하는 경찰에 맞서 시작된 저항3)이라는 점을 다시 환기할 필요를 느꼈다. 또한 우리는 지금 여기의 ‘퀴어 프라이드’를 질문하고 국가와 자본에 포섭된 ‘Inclusion과 Diversity’(이번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초국적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표어로 ‘포용과 다양성’을 뜻한다)에 반대하며 경찰, 1세계 대사관, 기업이 미치는 해악에 대해서 발언할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해악을 퀴어 정치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할 공간을 만들 필요 또한 느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서울시청 광장 사용을 불허 당했고 대구퀴어문화축제는 홍준표 시장에 의해서 가로막힐 뻔했다. 행정 권력에 의한 차별이 명백한 상황에서 오히려 조직위원회와 참여자들은 비장했지만 더 활기차게 참여했고, 성소수자 단체와 모임은 항의 행동을 스스로 조직했다. 하지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던 지난 몇 해 동안 경찰에 의해서 광장 전체가 차벽으로 막혔던 것은 시청 광장을 사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를 넘어 고민을 안겨준다. 바로 옆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반퀴어 행사를 여는 사람들을 분리하기 위한 차벽 설치로 인해 퀴어문화축제를 ‘고립’시키는 경찰의 전략을 용인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평등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나 경찰로부터 단속당하는 HIV감염인, 성노동자, 미등록이주민, 약물사용자의 입장을 저항적인 운동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할 때 경찰로부터 ‘보호’받는 퀴어문화축제에 평온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감각이었다.

한편 미국, 이스라엘을 비롯한 1세계 대사관이 한국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와서 각국을 홍보하고 관광과 유학, 이민을 권유하는 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퀴어들이 있었다.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전쟁으로 인해서 이주민들이 고통받고 난민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 많은 책임을 가진 국가가 한국에서 퀴어 친화적인 제스츄어를 보내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강고한 인종차별로 인해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이주민과 난민 퀴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빈곤과 기후위기, 전쟁으로 인해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음에도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을 단속하고 구금하는 문제를 퀴어 운동 또한 외면할 수 없다. 더구나 유색인과 트랜스젠더, 미등록이주민과 HIV감염인의 삶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들은 훨씬 더 빈곤하고 더 열악한 상황에서 성노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미등록이주민과 난민 퀴어의 삶을 고민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누가 배제되고 있는가, 퀴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과 떨어질 수 없다."

“우리는 구금시설에 반대하고, 우리를 불법 존재로 규정하는 법에 도전하며, 우리의 삶을 범죄화하는 횡포에 저항합니다.

성노동 비범죄화! 약물사용 비범죄화! 시설반대 감금반대!

국가는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미등록이주민, HIV감염인을 단속하지 말라!

퀴어 커뮤니티는 우리를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혐오하지 말고 지지하라!”


② 나는 너에게 동지일 수 있는가 / 다니주누

https://bit.ly/451M9yb

 

나는 너에게 동지일 수 있는가 / 다니주누 - 비마이너

[편집자 주] 초국적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아래 길리어드)는 작년과 올해, 퀴어퍼레이드(아래 퀴퍼)에 스폰서십 파트너 부스와 행진 차량에 참여해 ‘HIV 감염인을 응원합니다’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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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퀴퍼는 더 이상 자긍심의 무대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인 내게 그날 퀴퍼는 ‘업무 일정’ 정도였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나에게 배정된 ‘부스 운영 시간 업무’를 마치고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을지로 반대쪽인 합정으로 발걸음을 옮겨 ‘프라이드가 부끄럽게 여기는 불법 존재들의 노프라이드 파티’로 향했다. 오히려 그 안에서 나는 편안했다. 그곳에서 자긍심이라고 부르는 프라이드(Pride)의 의미를 새삼 깨달음과 동시에 쓸쓸함과 외로움, 서러움이 눈물과 함께 치밀어 올랐다.

노프라이드 취지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어딘가에 갇힌 삶, 초국적 기업의 착취 대상인 삶, 경찰의 단속 대상인 삶, 삶의 조건이 불법인 삶이 있습니다”, “배제 위에 세워진 퀴어 자긍심의 정체를 묻고자 한다”, “퀴어 커뮤니티는 우리를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혐오하지 말고 지지하라!”

나는 젠더퀴어, 나는 HIV감염 당사자, 나는 가난한 성소수자다. 나는 ‘을지로 사람들’이 말하는 ‘멀끔한 성소수자들’과 거리가 멀었다. 그들에게 나는 부끄러운 존재였고 드러내지 않아야 할 다른 이면이었다. 이것은 잊고 있었던, 어쩌면 스스로 외면했던 사실이었다. 

‘성적으로 문란해서 에이즈에 걸린다’는 이야기는 소위 말하는 혐오세력이 하는 말 같지만 ‘이쪽’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찜방에서 하는 섹스가 더럽다’고 말하며 ‘그런 사람들이 성소수자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와 ‘성소수자가 모두 에이즈에 걸리는 건 아니’라며 일반화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내부에서 더욱 편을 가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내 편이 되어준답시고 ‘바이러스는 겨우 하나의 알약으로 충분히 관리된다’며 마치 그 알약과 바이러스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병원은 다를까. 사랑니를 뽑으러 방문했던 혜화의 치과병원은 혈액검사를 통해 내가 감염인인 걸 확인했다. 다음날 의료진은 내게 전화를 걸어 “왜 말하지 않았냐”며 따지고 혼내고 추궁했다. 그 목소리에 나는 이미 죄인이 되어 버렸고 결국 감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수술 일정을 다시 정하고 별도 공간에서 제대로 작동도 되지 않는 드릴로 치료를 마쳤다. 내가 경험한 것은 차별일까, 아니면 치료받았으니 다행인 걸까. 나를 담당하는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나의 상태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른 과의 의료진은 나를 무서워한다. 나는 괜찮은 건가, 아니면 위험한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