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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노동자가 죽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군산시 개복동 화재참사 18주기에 부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7. 22. 01:15

성노동자가 죽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 군산시 개복동 화재참사 18주기에 부쳐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왹비

 

2002년 1월 29일 전라북도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에서 전기 합선으로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18년이 흘렀다. 사건 당시 14명의 성노동자들이 사실상 감금된 채 목숨을 잃었고, 현장에서는 차용증을 비롯해 노예각서나 다름없는 글들이 발견됐다. 반성매매 운동은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 참사를 도화선 삼아 2004년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성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지위를 얻게 됐으나, 법은 자발과 비자발이라는 그릇된 저울질로 성노동자를 심판하고 처벌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 자료에 따르면, 성노동자의 기소율은 2016년 85.8%, 2017년 85.4%로 1) 성노동자는 성매매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보호의 범주에 들어갔음에도, 실제로 보호 대상보다는 처벌 대상에 가깝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성노동자는 기소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성별, 장애, 나이, 인종 등을 이유 삼아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단지 성노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정부는 성노동자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겪는 불합리한 차별로부터 성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성노동을 시작한 이유가 가난해서든, 취직이 되지 않아서든,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든, 장애가 있어서든, 강제적인 인신매매로 시작했든, 누구든 성노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낙인찍혀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가는 성매매특별법을 차별의 근거로 두며,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동시에 성노동자를 피해자로만 규정하여 그를 교정 받고 치유받아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또한 강제성을 띠는 비자발적인 성매매 행위에 대해서만 성매매 피해자라는 개념을 적용하며, 성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성노동을 선택하는 것에 법적인 처벌을 내렸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하여 성매매 행위의 책임을 오롯이 성노동자만이 감당하게 만들고 이러한 과정에서 성노동자는 하나의 자율적 개인이 아닌 범죄자 또는 피해자로서만 재현된다. 법 앞에서 범죄자나 피해자 중 하나의 틀에 갇혀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성노동자는 사회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우며, 의사표현을 한다고 해도 자율성을 가진 평등한 인격체로서 수용되지 않는다. 성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평등과 존엄을 위협하는 성매매특별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국가는 성노동자가 사회에서 차별당하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갈 의무가 있다. 성노동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고,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과거에서부터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성매매를, 성노동자를 근절하고 통제하는 법으로 성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꾸준히 박탈해왔다.

정부는 성노동자의 처벌을 없애고, 성노동자를 존중하는 시각에서 법을 재구성해야 한다. 성노동자가 이 사회에서, 노동 환경에서 겪는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성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기반하여 안전하고 자유롭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마련하길 촉구한다.

 

2020. 01. 31
주홍빛연대 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