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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공유] 실적 올리기 위해 인명사고 무릅쓰고 성매매 단속 강행한 분당경찰서를 규탄한다 : 익명(경기도 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9. 13. 14:41

 

실적 올리기 위해 인명사고 무릅쓰고 성매매 단속 강행한 분당경찰서를 규탄한다

 

익명(경기도 성매매 집결지 성노동자)

 

저는 경기도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고 있는 성노동자입니다. 며칠 전,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 위해 2층 창문으로 뛰어내린 성노동자의 이야기를 기사에서 봤습니다.

성노동자들에게 이런 일은 아주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기사에서 A 씨의 이야기가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이란 부분만 소개됐을 뿐 정확한 사정이 자세히 담겨있지는 않았지만, 목숨을 걸고 단속을 피하고자 한 모습을 봤을 때 미등록 이주민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많은 성노동자가 이주 성노동을 선택해 다른 나라에 ‘불법체류’를 하며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저도 해외로 넘어간 동료들의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타지에서 어렵사리 적응해 돈을 벌며 미래를 가꾸다가도, 미등록 이주민이란 위치 때문에 언제 어떻게 단속에 걸려 추방될지 몰라 공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미등록 이주민 신분에서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감옥에 갇히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한국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거로 압니다. 아마 A 씨도 이러한 추방과 구금의 불안 속에서 살기 위해 도망을 친 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A 씨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단속에 걸리게 된다면 우리는 성매매를 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처벌받습니다. 차후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현재 아이가 있는 엄마일 수도, 누군가의 딸들일 수도 있는데 성매매를 한 범죄자로 전과가 생기면 성노동자의 삶을 정리한 후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노동자들은 단속을 피하고자 목숨을 겁니다.

미등록 이주민이 아닌 성노동자들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내가 다치더라도, 죽더라도 위험을 감수해서 도망치곤 합니다. 저도 단속을 피하려고 콘돔을 삼켰다가 경찰이 떠났을 때 손가락을 넣어 다시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제 친구는 경찰 단속을 피하고자 높은 담벼락을 넘다가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경찰 단속이 뜨면, 옷도 제대로 못 걸치고 나체로 도망쳐야 했던 성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언급 외에도, 주변에서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위해 성노동자들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걸 보고 들었습니다.

경찰에게 우리는 보호받아야 할 여성이 아닌 그저 범죄자로 취급받습니다. 설령 우리가 범죄 피해를 입고 경찰서에 찾아가도, 성노동자란걸 알면 ‘피해자’인 사건에서도 먼저 ‘피의자’로 대하며 성매매 혐의를 수사합니다.

만약 범죄자라 해도, 범죄자는 죽어도 다쳐도 되는 사람입니까?

사람이 다치는 걸 막기보다,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아 실적을 올리기에 혈안이 된 경찰의 태도에 저는 몹시 분노합니다.

성매매 단속이 심해질수록 성노동자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가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음지로 이동할 뿐입니다. 성노동자를 단속하기보다 우리가 성노동자의 삶을 정리하고 나갔을 때 사회적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가난에 시달려서 아픈 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혜택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 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한 나라의 여성으로, 국민으로 보호받고 싶습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