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연대발언
나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안녕하십니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나나입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착취와 젠더/섹슈얼리티의 권력관계로 탄생한 성매매 산업에 균열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며, 성판매 경험당사자가 경험하는 폭력과 차별,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이를 ‘음란’한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남성 문화의 문제, 이들이 공모하여 여성의 몸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 즉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성산업화의 문제로 전환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는 성매매 단속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려는 태국 국적의 여성이 창문에서 추락하여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접하며, 오직 성매매 여성만을 타겟으로 한 경찰 단속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사실, 성매매 여성을 향한 경찰 단속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마음속 피어난 분노는 성매매 여성이 더 이상 주홍글씨가 새겨진 얼굴을 가진 익명의 여성들이 아니길 바라며, 성매매 여성들이 ‘우리’의 동료 시민으로 뚜렷한 얼굴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인한 것입니다. 이 마음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위해, 그리고 시민-‘되기’를 투쟁하는 인권단체들이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따라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경찰의 부정의한 함정 단속을 규탄하고, 성매매 여성이 우리 곁에 존재하는 동료 시민임을 알리고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14년 통영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여성이 투신하여 사망하였고, 2016년 부천에서는 성매매 단속 과정 중 여성이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습니다. 또 2020년에는 성매매 단속 중 미등록 이주 여성이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습니다. 오늘 저희가 성매매 과정에서의 경찰단속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2024년 8월 30일의 사건과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이렇듯 성매매 여성들에게 경찰 ‘단속’은 무엇을 의미하길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피해야만 했던 것일까요? 왜 매년 ‘우리’는 경찰 단속 과정 중 성매매 여성이 상해를 입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부당함과 부정의, 생명권을 위협받는 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주 여성의 경우, 이미 한국 국가에서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불안정하거나, 그 ‘자격’이 주어지지 않음으로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어떤 상황에서 성산업에 종사하게 되었고, 어떻게 한국으로 이주하게 됐는지 고려되지 않은 채 강제출국의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주여성 성판매자는 필사적으로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경찰에 단속되는, 그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 소식을 기사 접했습니다. 기사에서 경찰은 말합니다. “탈출로를 막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팀이 잘못한 거라고요. 체포, 수사 과정에서의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리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단지 체포와 수사 과정에서의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사안의 문제를 축소시킬 수 있는지를요!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은 현재 성매매 알선자, 성매수자, 성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하고 있습니다. 과거 ‘윤락행위방지법’과 달리 부족하게나마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와 성매매 알선자 처벌에 초점을 맞춰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제가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 제 주변의 친구들이 묻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성매매가 ‘불법’인데, 여남 동시에 처벌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요. 정말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성산업 체계 안에서 어느 한쪽은 판매자, 어느 한쪽은 매수자, 뚜렷하게 성별화되어 있는 이 산업, 이 현상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성매매특별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성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할 수 있다는 부정의한 조항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성산업에 발을 들인 여성의 살아온 맥락이 무시되고, 동의를 그저 ‘자유로운 개인’간의 동의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불평등이 내포된 사회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식인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갉아먹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모든 노동이 불안정화되고, 저임금화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체제에서 특히 여성은 더욱더 열악한 지위에서 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여성에게 ‘돈’이 많이 벌릴 수 있다고 여겨지는 노동이 있습니다. 그 노동은 바로 가부장제와 남성문화, 남성의 얼굴을 한 국가가 승인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활용되는 ‘노동’, 바로 성매매입니다.
성산업은 태생적으로 부정의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거 가부장의 얼굴을 한 국가가 미군 철수를 막고, 달러를 유치하기 위해, 기생관광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국가발전’을 위한 길이라며, 철저히 여성의 몸을 활용하여 이윤을 확보해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가부장의 얼굴을 한 국가는, 자신들이 산업화시켜왔던 성‘산업’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성매매 여성을 처벌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호언장담한 국가의 해법이 고작 성매매 여성들을 범죄자로 만들며, 경찰 단속을 시행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찰 단속은 공권력의 필요에 따라 성매매 여성을 위험하게 만드는 함정단속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불법’인 성매매를 단속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성매매 여성의 몸을 찍고, 보고, 공유하고, 녹화하는 등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서, 진급을 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성매매 여성의 ‘몸’을 필두로 단속합니다.
경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성매매 알선자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는 현실에서 성매매 여성을 최일선으로 단속함으로써, 성특법의 제정 취지인 알선자를 잡는 데에 크나큰 효과를 거두셨습니까? 또한 국가와 경찰에게 묻고 싶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몰아넣으며, 낙인을 재생산하는 것이 과연 성매매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고 단속함으로써,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습니까?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고, 단속입니까? 과연 누구를 위한 처벌입니까?
우리는 현행 성특법에 내포되어있는 개인과 개인 간 ‘자유로운 계약’, ‘자발’과 ‘동의’의 맥락을 페메니즘의 눈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더불어 성매매 여성을 더욱 불합리적인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경찰의 부정의하고 졸렬한 함정단속 방식도 이제 그만 멈춰야 합니다. 성매매 여성의 ‘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을 경유하여 막대한 수익을 형성하고, 이러한 수입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남성문화와 ‘수요’를 지적하고, 문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특법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성매매 여성이 성산업에 발을 들이게 된 여성들의 삶의 맥락을 고려하여 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성산업에 발을 들인 여성을 마주하게 됐을 때, 최소한으로라도 성매매 여성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고, 성매매 여성 인권단체에 문을 먼저 두드릴 것을 권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주홍글씨를 거둬들이고, 성매매 여성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임을 감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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