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용주골 기사모음

[기사공유] 무릎 꿇은 파주 용주골 '성매매 피해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9. 13. 16:23

📷 사진 출처 :  지선 (@jisun0621)

무릎 꿇은 파주 용주골 '성매매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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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무릎 꿇은 파주 용주골 '성매매 피해자'

중요한 건 성매매 여부가 아니라 국가의 허용 여부다. 성매매 사건에서 피해자와 범죄자는 그렇게 나뉜다. 이제 파주시는 파주시가 허용했던 성매매 집결지, 기지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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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사람 너덧이 한사람을 둘러싸고 무릎을 꿇는다. 뭔가를 애원하느라 흙바닥에 무릎을 끌며 기다시피 하는 사람은 전부 팔다리가 가느다란 여자, 꼿꼿이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사람은 두툼한 몸을 가진 남자다. 여자들은 남자를 향해 계속 말을 건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들이 뭐라고 말하든 무응답으로 일관한다. 그는 입술을 꽉 다문 채 핸드폰을 들어 자기 아래에 있는 여자들의 얼굴을 촬영해 간다. 다급한 마음에 남자의 바짓자락을 잠시 붙잡은 한 여자는 여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걸어가는 다리에 맥없이 질질 끌려가다 무릎에서 피가 났다.

그 남자,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방문한 파주시 공무원, 성매매집결지폐쇄 TF 팀장은 그날 무릎 꿇었던 여자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소하겠다고 경찰에 전달했다. 5월, 그렇게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대표 A씨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이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위계(爲計)를 사용해 직무수행을 방해한 죄, 보다 정확히는 '무릎 꿇고 말을 건 죄'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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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성매매 여부가 아니라 국가의 허용 여부다. 성매매 사건에서 피해자와 범죄자는 그렇게 나뉜다. 이제 파주시는 파주시가 허용했던 성매매 집결지, 기지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새삼스럽게 불법이라고 낙인찍으면서 용주골 여성들을 파주시의 행정에 순응하는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범죄자, 둘 중 하나로 재분류하려 한다.

그래서 작년 8월 11일, 용주골 여성의 집과 직장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투쟁 분위기가 고조되던 여름, 자작나무회 대표 A씨는 갑자기 경찰 단속을 맞았다.

평소 자작나무회 대표로 활동하며 주변을 경계하던 A씨는 단속 상황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껴 손님과 성매매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소용없었다. A씨 가게 업주는 경찰에게 "순순히 성매매 혐의를 인정하고 협조하면 업주만 처벌하고 아가씨는 처벌하지 않겠다"라는 구두 약속을 받고 혐의를 인정했으나, 경찰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성매매 처벌법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검사는 초범인데도 이례적으로 무거운 벌금 400만 원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성매매 행위를 한 범죄자라고 판단한 선고유예 판결을 A씨에게 내렸다.

이는 용주골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한 파주시의 행정과 무척 대비되는 결과다. 경찰 단속 당일 여러 업소 중 A씨가 있었던 업소만이 단속 대상이 된 점, 용주골 ‘성매매 피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흐름 속 A씨가 강력 처벌 대상이 된 점, 어째서인지 “성매매 행위가 있었다”고 A씨와 엇갈린 진술을 한 성 구매자는 기소유예로 선처받은 점 등.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A씨가 성매매 피해자 위치에서 탈락해 범죄자가 된 것은 공권력에 저항하는 용주골 여성들에게 의미심장한 교훈을 준다.

파주시는 파주시가 시키는 대로 자립 지원을 받을 피해자의 대화 요청에는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자작나무회 여자들은 그런 ‘피해자’가 아니다.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큰 소리 내지 않고 유순하게 가부장 그리고 국가의 요구에 따르기, 성매매하라면 하고 말라면 말기-에 저항하는 여자들, 자작나무회 대표 같은 여자는 범죄자로 처벌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