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주골 떠나도 내 발로... 사회 나가기가 두렵다" [용주골 사람들②]
📕기사읽기 :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022/0003936607?cid=2000718
◆날 움츠러들게 하는 ‘사회적 시선’
이미 용주골은 전 같지 않다. 민주씨는 “철거만 안 됐지 빠질 사람은 진작 다 빠졌고 소멸 직전”이라고 말했다. 용주골에 20대는 한 명도 없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74.6%는 40대 이상으로, 30대가 16명(25.4%), 40대가 43명(68.3%), 50대가 4명(6.3%)이었다.
응답자 대부분은 초기에 목표한 기간이 있었지만 본인이 정한 기한을 넘긴 채 남은 이가 다수였다. 이들에게 남은 이유를 복수로 답변 받았을 때, 39명(61.9%)이 가족 부양을 꼽았고 27명(42.9%)이 주거지 마련을 못했다고 했다. 그 다음 이유는 사회에 나가기 두려움(19명·30.2%)이었다.
민주씨도 ‘왜 나가서 다른 일을 구해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게 말이 쉽지, 사회경험이 부족해서 밖에 나가기 두려울 수 있다”는 답부터 돌아왔다. 그는 “평범한 일을 하고 싶어도 ‘갖춘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 일을 시작했다가 고정비용을 낼 수 있을까’ ‘이제 마흔인데 새 일이 막상 잘 안 맞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가면 사채 쓰겠지?”
파주시가 탈성매매에 지원하겠다는 금액은 2년간 최대 4420만원이다. 이 중 1000만원은 보증금으로 갚아야 하며 매달 월세 50만원, 생계비는 첫해 최대 100만원, 두 번째 해에는 최대 50만원을 지급한다. 시는 직업교육도 제공하는데, 지원을 받으려면 ‘탈성매매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지원기간 중 성매매가 적발되면 받은 비용은 모두 반환해야 한다. 용주골 여성들은 계약관계 같은 방식과 개인정보 노출 우려로 지원에 부정적이다.
주현씨는 ‘용주골을 떠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홀가분하고 두 번 다시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파주시 발전을 위해 용주골은 없앨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했는데, 그러면서도 “(현재 파주시의) 방법은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
선희씨는 “파주시장은 우리를 딱 한 번 만난 뒤로는 대화하자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한 번도 묻지 않고 ‘살 수 있게 돈 주고, 일할 수 있게 교육시켜준다는데 왜 불만이야’ 이런 강압적 태도에 반감이 있다”고 밝혔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는 집결지 폐쇄가 성매매를 근절시키려는 노력 중 하나고 용주골 여성들은 생존권 문제라 입장 차이가 있다”며 “탈성매매 지원을 받는다고 생계유지가 보장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강압적으로 진행되면 용주골 여성들은 탈성매매 후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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