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용주골 기사모음

[기사공유] [단독] “두 아이가 눈에 밟혀 돈 많이 버는 일이 필요했다” [용주골 사람들①]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9. 13. 16:26

 

[단독] “두 아이가 눈에 밟혀 돈 많이 버는 일이 필요했다” [용주골 사람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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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 아이가 눈에 밟혀 돈 많이 버는 일이 필요했다” [용주골 사람들①]

1화-그녀가 ‘용주골 아가씨’가 된 이유 성매매여성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 가족부양·빚 상환 목적 시작 “정당화 어렵지만 각자 사정 있어” <글 나가는 순서> 1화 그녀가 ‘용주골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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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와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용주골 성매매 여성 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가량인 29명(46%)이 가족부양과 빚 상환 등 경제적 이유로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44명(69.8%)은 처음 목표한 종사 기간이 5년 이하였다고 답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매매를 택한 것으로 추론된다. 초기 목표한 종사 기간을 초과한 경우 가장 많이 꼽힌 이유는 가족부양 39명(61.9%)이었다. 돈이 급해 성매매를 시작한 여성들이 가족부양에 발목을 잡혀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었다.

◆“취업도 해봤지만 비정규직 임금으론 감당 못 해”

보미씨는 용주골에 온 뒤 4∼5년 동안 착실히 빚을 갚았다. 얼마를 벌었든 무조건 버는 돈의 절반은 대출금 상환에 썼다. 보미씨는 현재 모든 부채를 갚았다고 말했다.

그가 용주골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두 아이와 엄마 때문이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딸과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열심히 빚을 갚는 동안 두 아이를 돌봐준 엄마는 이제 나이가 들었다. 보미씨는 엄마의 생활비를 달마다 챙겨준다. 그가 가족 3명을 부양하고 본인 생활비 등으로 쓰는 돈은 한달에 400만원 정도다. 빚은 다 갚았어도 여전히 그가 이전 직장에서 벌던 돈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 매달 들어가는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용주골 성매매 여성 5명 중 4명가량(48명·76.2%)은 취업경험이 있었다. 이 중 57.7%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었는데 대부분(71.2%)이 판매·서비스직이나 기능·작업·단순노무직에 종사했다. 이들이 퇴사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건 ‘낮은 임금’(43.1%)였다. 서비스직이나 단순노무직 비정규직으로 버는 수입으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족했다는 의미다. 취업경험이 없는 경우 가족 돌봄(78.6%)과 자격요건(학력) 부족(46.4%)이 이유로 꼽혔다. 응답자 85.7%가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에 그치기도 했다.

◆“고금리 학자금대출로 마이너스 생활” “실비보험 없는 아버지 병간호”

10년째 용주골에서 성매매를 하는 하루(42)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가 용주골에 처음 발을 들인 건 대학교 학자금대출 때문이었다. 20여년 전 지금처럼 국가장학기금의 학자금대출과 장학금 제도가 없었을 적, 하루씨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고금리 캐피탈 대출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님은 일찌감치 신용불량자가 됐다. 대신 대출을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들은 쫓겨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당장 그들이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을 돌보지 못하게 될까 봐 그렇다. 지윤씨는 “나앉으면 어떡할지 불안하고 돈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미씨는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성매매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성매매를 하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지금 삶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루씨는 “쫓겨난다면 여기서 산 내 인생이 허무할 것 같다”며 “그래도 나 고생했다, 말하지 못하고 성매매를 한 범죄자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