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용주골 기사모음

[기사공유] “우리 집 부수지 마세요!” :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 용주골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9. 13. 16:33

 

“우리 집 부수지 마세요!”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 용주골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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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 <홈리스뉴스 124호> 기고 - “우리 집 부수지 마세요!”

[기고] “우리 집 부수지 마세요!” 성매매 집결지 강제폐쇄, 용주골 성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최여름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필자 주] 필자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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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내 42호 집 일부분이 강제 철거됐다. 파주시에서 고용한 약 100여 명의 용역과 공무원, 경찰은 용주골에 포크레인과 함께 등장했다. 이들은 아침부터 42호 집을 부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그 집에 수십 년간 먹고, 자고, 일해온 용주골 성노동자들이 살고 있었다. 집이 철거되는 소리를 듣고 성노동자들은 자다 깬 상태로 허겁지겁 철거 인부에게 달려가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우리 집 부수지 말아주세요!”라고 소리쳤다.

😡1년 안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하겠다는 파주시?

2023년 1월,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경찰서, 파주소방서와 TF를 구성하며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를 선언했다. 당시 파주시는 “일체의 타협 없이 연내 폐쇄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 부산, 전주 등 타지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걸린 시간은 평균 5년 이상이었다. 성매매 집결지가 철거된 자리에는 주상복합건물, 오피스텔, 아파트, 공원 등이 들어섰다. 성노동자들은 집결지 폐쇄가 시작되면 어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법적으로 성노동자의 이주 보상대책을 보장할 근거가 없다. 결국 이들은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이동하거나, 업종을 변경한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노동자의 일터를 없애는 방식으로는 성매매 근절도, 탈성매매도 어렵다. 대다수 성노동자들은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성매매를 시작하게 된다. 빈곤을 해결하지 않고 성노동자만 없애면 된다는 방식의 성매매 근절 계획은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는 ‘성매매 피해자’, 뒤에서는 ‘범죄자’ 취급

파주시청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탈성매매 대안으로 ‘파주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조례지원(이하 조례지원)’을 발표했다. 하지만 용주골 성노동자들과 단 한 번도 소통하지 않고, 심지어는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 없이 만들어진 정책이었다. 당연히 실태조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기 때문에 현실성 없는 대안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용주골 성노동자는 30~40대로, 한 가정을 부양하는 가장이다. 이들 대부분이 혼자 아이를 키우거나 장애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가족의 수술비 마련 때문에 용주골에 왔다. 파주시는 ‘파격 지원’이라며 2년 동안 생활비 월 100만 원과 주거비, 직업훈련비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월 100만 원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도, 장애인 가족을 돌볼 수도, 암 환자 수술비를 낼 수도 없는 게 현실이었다. 2023년 3월, 용주골 성노동자들은 김경일 파주시장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파주시장은 “범법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2023년 강제 폐쇄가 시작되기 전, 용주골 성노동자의 수는 200명이었다. 현재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여파로 약 85명의 성노동자가 남아있다. 그중 조례지원을 받은 성노동자는 2024년 5월 기준 총 7명이다. 파주시가 파격 지원이라 자부했지만, 1년 동안 10명도 조례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만약 현실성 있는 조례지원이었다면, 이곳을 떠난 수많은 성노동자들이 이미 조례지원을 받고 떠나지 않았을까?

용주골 성노동자들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론 플레이용 ‘성매매 피해자’ 조례지원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현실성 있는 이주 보상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파주시청은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입장만을 고수한 채 “필요하다면 행정대집행(강제 철거)도 불사할 예정”이라며, 2023년 11월부터 용역을 동원해 성노동자들이 사는 집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42호 집 일부가 강제 철거된 배경이다. 용역이 떠난 후, 철거된 건축물 앞에 삼삼오오 성노동자들이 모였다. 당장 이곳에서 오늘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건축물 잔재를 엉성하게 다시 붙여놨다. “이렇게 하면 그래도 바람이랑 벌레는 안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집은 철거됐지만, 아직 이곳에서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