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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익명 : 너무 당연하고 간단하지만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실

너무 당연하고 간단하지만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실 익명 안녕하세요. 저는 페미니스트고, 그간 트위터의 상황을 지켜보며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렇게 저의 생각을 표현할 자리가 생겨서 기쁩니다. 성노동자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편협하거나 부족한 글이 될까 다소 염려스럽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모쪼록 너그러이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며칠 전 한 타투 노동자의 트윗을 읽었습니다. 타투 상담을 하는 오픈채팅방에 한남이 들어와서 성적 요구를 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쓴이는 타래로 ‘타투 합법화가 되어야 이런 사람들을 신고하고 처벌받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타투 합법화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며 그 트윗을 인용했습니다. ..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익명 : 수취인불명의 편지

수취인불명의 편지 익명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당신에게,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기분은 어떤지, 혹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 편지를 받게 될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특정할 수도, 제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제 잘못도, 당신의 잘못도 아닙니다. 제가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편지를 띄웁니다. 제 손가락의 수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제 손가락에는 수포가 있습니다. 수포는 내가 나를 돌보고 챙기는 데 소홀했다는 신호입니다. 수포가 올라..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기획] 우리가 그리는 미래,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수다회 함께 보기 더보기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기획] 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기획]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우리가 그리는 미래,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말하는 사람 : 달연, 데파코트, 모르겠는 사람, 밀사, 바다, 익명, 코토 기획의도 :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도 3, 4단계에서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성노동자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을 안고 생존을 위한 노동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을 볼모로 삼아 성산업 내의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성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착취적인 구조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대부분의..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익명 : 성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익명 엄마가 데려오는 아저씨들은 나를 더듬는 대가로 용돈을 쥐여주곤 했다. 어떤 아저씨는 나를 모텔에 데려가서 강간하려고 했고, 돈을 줄 테니 섹스를 하자고 하기도 했다. 섹스는 돈이 된다는 걸 나는 이미 어릴 때 알고 있었다. 첫 섹스 이후에 나는 랜덤채팅 어플을 찾았다. 이제 섹스를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용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건만남을 처음 시작한 건 그때였다. 처음 이야기를 나누게 된 사람은 A였다. 나는 A에게 섹스하면 얼마를 줄 수 있냐고 물었다. A는 5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나에게 5만 원은 굉장히 큰돈이었고,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고 보니 A는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다. 나를 조심스럽게 대하고 매너 있게 행동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콘..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익명 : 어쨌든, 존재하기

어쨌든, 존재하기 익명 고를 수 있는 주제는 세 가지가 있었다. 굳이 이 주제를 고른 이유는, 노동 환경 이야기로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밤도 샐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보다 '성노동자로 살아남는 삶'이라는 문구에 더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나는 트위터 조건만남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쯤 된 성노동자고, 일 년 반 전쯤에 조건만남 하는 법에 대한 장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알고 있는 한에서 지식을 다 털어놓은 글이었지만, 나의 기준과 상황에서 적은 글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말해주었다. 성노동자 속에서 나뉘는 직종은 내가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다양하다. 그 사람들 모두에게 맞는 글을 적을..

[2019 성노동 프로젝트 제 1회] 익명 : 여성인권보다 창녀인권

여성인권보다 창녀인권 익명 주류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성구매 남성을 욕할 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말이 있다. 바로 ‘창놈’이라는 말이다. 본래 성구매 남성을 욕하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성노동 여성을 욕하는 ‘창녀’라는 말만 존재했다. 남창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그것은 몸을 파는 남성을 욕하는 단어였고, 흔히 쓰이지도 않았다. ‘창’의 기본값을 여성으로 설정한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들은 창녀를 욕하는 말에서 “창”만 떼어와 창놈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창놈이라는 말은 주로 “더러워” 등과 같은 말과 함께 사용된다. ‘챙넘’, ‘췡럼’ 등으로 변형하여 희화화를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단어의 사용은 분명 성노동 여성과 성구매 남성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낙인과 차별의 균형을 맞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