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성노동프로젝트 22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익명 : 수취인불명의 편지

수취인불명의 편지 익명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당신에게,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기분은 어떤지, 혹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 편지를 받게 될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특정할 수도, 제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제 잘못도, 당신의 잘못도 아닙니다. 제가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편지를 띄웁니다. 제 손가락의 수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제 손가락에는 수포가 있습니다. 수포는 내가 나를 돌보고 챙기는 데 소홀했다는 신호입니다. 수포가 올라..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유자 : 0 or 100

0 or 100 유자 여성의 도의가 아들을 많이 낳는 것이었던 시절, ‘여성미’의 상징은 풍요와 다산을 가져다줄 넉넉한 골반과 유방이었다. 여성의 넉넉한 몸은 아들을, 성(sex)을, 노동력을 남성들에게 선사함으로써 여성들은 그 넉넉한 몸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설계된 그대로 먹고 풍만해지기만 한다면, 운이 좋아 남자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그러나 19세기 낭만주의 운동 등장 이후로 ‘미’는 본격적으로 여성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야위고 창백한 피부가 높게 평가받기 시작하였으며, 마른 몸이 추앙받기 시작하였다. 더는 넉넉한 몸만으로는 부족했다. 풍만하기만 한 몸이 내쳐진다는 것은, 이제 여성에게 생식능력 이상의 능력을 갖춘 몸이 필요해졌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풍만한 몸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