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세미나, 라운드 테이블/2023 탈시설 기획 토론회 : 성매매 여성과 시설의 역사

[후기] 타리, 탈시설 기획 토론회 : 성매매 여성과 시설의 역사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6. 14. 15:26

photo by. IW31 상환

*해당 사진은 해수 님의 발제 내용 중 일부입니다.

 

탈시설 기획 토론회 : 성매매 여성과 시설의 역사 후기 

 

타리

 

성매매 정책을 중심으로 탈시설 이슈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특별하고 소중했다. 장애여성공감에서 [시설사회]라는 책을 만드는 동안, 수년간 젠더와 탈시설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현장 활동을 하면서 가져왔던 핵심적인 질문 - 시설화는 정상 가족과 생산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국가 프로젝트 아닌가, 시설화를 유지하는 힘과 네트워크는 시설거주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도 마주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시설밖에서 시설화된 삶을 살아가는 ‘불구'들과 함께 시설사회를 해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젠더/섹슈얼리티 문제를 시설화 억압과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탈시설 담론과 운동 안에서도 누락되는 경험과 주체가 있지 않을까-를 다시금 마주하는 질문이었다.

성노동자건강권연구팀에서 [시설사회]를 중요한 참조점 중 하나로 채택하고, 한국의 성매매 정책과 구조가 어떻게 시설화 억압을 구현해내고 있는지 밝혀내 주어서 시설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두껍게 연결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포럼에서는 윤락, 타락, 오염, 문란으로 지목된 신체를 단속하고 감금하는 역할을 해온 물리적인 시설은 그러한 신체를 상상하고 구분하려는 사회를 동원하고, 감금의 네트워크(시설화된 사람들을 계속 배제하도록 하는 편향적인 인프라를 비롯해 비정상/비규범 신체를 단속하는 가정과 학교, 경찰, 이들을 병리적으로 진단하고 격리를 정당화하는 의사 등의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 또한 폭넓게 지적되었다. 이러한 동원과 네트워크를 인식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어떻게 시설사회 안에서 연루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어떻게 이 네트워크를 해방의 네트워크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탈성매매 자활 정책이 가진 교정이라는 형벌적 효과, 자활이라는 억압적 사회복지 논리가 실제 쉼터, 자활 기관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밖에 없는지를 경험 연구를 통해서 밝혀낸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이것은 권리구제를 위해서 만든 제도가 때로 특정한 피해자 상을 요구하고, 서비스에 접근하는 동안 모욕을 주고, 거기에서 일하는 종사자의 성격을 동료 시민이 아니라 관리자로 만드는 것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탈시설한 이들을 지지하는 사회적 지원 제도나 지원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행정체계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도화를 둘러싼 운동의 관점을 다시금 확인한다. 지원 서비스가 비로소 현장이 ‘된다'는 것은 제도와 불화하는 다중적인 목소리를 지우지 않으면서 현장의 모순과 복합성을 드러내고, 시설사회를 만든 그 제도가 다시금 시설사회를 강화하고 유지하는데 복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배반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때에서야 비로소 ‘지원'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생산성'의 문제와 노동의 문제를 성노동을 통해서 고민할 수 있어서 소중한 자리였다. 성노동자 운동이 탈시설 운동과 접속한다는 것은 성노동의 성격을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어떤 노동이 수탈의 형식을 띠게 되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탈시설 운동은 누가 시설에 갇히는 것이 정당화되는가, 시설화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하는 노동은 왜 수탈을 당하는가라는 질문과 만난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시설화 역사를 짚고,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을 짚어낸 차차의 여름, 해수님 발제를 통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도균님의 토론은 [시설사회]에서 하고 싶었던 그 말, 왜 시설화된 억압을 겪는 여러 집단의 소수자들이 함께 만나서 각자 겪는 억압을 함께 놓고 보는 것이 중요한지를 다시금 짚어줘서 소중했다. 아정, 림보님의 고민과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사회자와 청중 모두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을 참지 못하고 공유하는 토론회는 오랜만이었다. 이 터져 나오는 발화의 욕구들과 변화의 요구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