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아시아 이주 성노동자를 위한 풀뿌리 공동체 국제 활동가의 연대 발언 : 라윤(Yoon Grace Ra, Red Canary Song)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2. 29. 18:51

📸 사진촬영  :  나혜

 

아시아 이주 성노동자를 위한 풀뿌리 공동체 국제 활동가의 연대 발언

 

라윤 (Yoon Grace Ra, Red Canary Song)

번역 및 통역 : 박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라윤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오늘은 이곳 파주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초대되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가장 큰 코리아타운 중 두 곳이 위치한 뉴욕의 퀸즈와 뉴저지에서 자랐습니다. 현재는 이주 동양인 마사지 노동자, 성노동자, 그리고 그들의 연대자들이 모인 단체에서 활동을 조직하고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저희는 ‘레드카나리송’이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고 있으며, 서로를 위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주 동양인 마사지 노동자와 성노동자에 대한 국가 폭력에 대항합니다.

미국의 이주동양인 마사지 노동자 및 성노동자들은 몸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한데 묶여 범죄자로 취급됩니다. 성노동을 실제로 하든 하지 않든, 매일같이 경찰의 불시 단속을 받고, 강도를 당하고, 감시를 받고, 성폭력과 살인에 노출됩니다. 뉴욕주에서 성매매는 경범죄에 해당합니다. 반면, 무면허 마사지는 중죄로 분류되고, 경찰은 이를 이용하여 성실히 일해 가족을 먹여 살리는 동양인 마사지 노동자 및 성노동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의 생계를 파괴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레드카나리송은 신체노동자들과 인신매매 생존자들 모두의 안전과 생존을 위하여 성노동과 무면허마사지의 완전한 비범죄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동양인 성노동자에 대한 국가폭력은 저희가 뿌리를 둔 고국을 향해 지속되는 제국주의입니다.

하지만 이곳 고국에 와서 보니, 당신들이 한국인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미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용주골의 성노동자들은 이곳 미군부대 (캠프 로스) 주변으로 형성된 산업의 구축을 도운 장본인들입니다. 한국 정부가 1960-70년대까지 이 산업을 법적으로, 금전적으로 지원했으며, 한국의 경제 개발에 기여한 이 강인한 여성들의 훌륭함을 찬양하기마저 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미국에서 300명이 넘는 한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IMF 시기에 한국 경제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마사지 노동과 성노동은 이주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다른 저임금 노동들과 달리, 영어를 모르는 상태로 미국에 도착해서 바로 할 수 있는 노동 중 가장 수익성이 좋고 익숙한 노둥 중 하나입니다. 저희 공동체의 여성들은 또한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에 미국과 일본으로 가서 최소한의 돈으로 생활하며 번 돈의 대부분을 한국에 보냈던 이야기도 해 주었습니다. 한국에 돈을 보낼 때는 간혹 봉투에 현금을 넣기 전에 먹지에 싸서 넣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추방을 당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렇게 추방을 당해 한국에 도착하면 공항 세관에서는 그들을 별실로 맞이해서는 그들의 훌륭한 투지와 용기와 지혜에 감사하는 말을 전하곤 했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는 동양인 성노동자의 존엄성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일에 공조하는 한편, 남성들, 특히 가난한 남성들, 흑인과 원주민들, 그리고 이주남성들의 몸은 군인이라는 도구로 이용했습니다. 한국 여성들의 머리카락은 한국의 가장 첫 수출품 중 하나였으며, 처음으로 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상품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수출된 머리카락은 서양 여성들의 가발 용으로 팔렸습니다. 한편 국내의 미군부대 주변에서는 서양 남성들을 위한 성 서비스가 수출품으로 팔렸습니다. 저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대를 이은 후손입니다.

파주의 공직자들과 경찰들은 단순히 성매매 집결지를 정화하려는 게 아니라 미국이 만들어 놓은 엉망진창의 뒷처리를 하려는 것입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운 장본인들인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줌으로써 수치스러운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한국전쟁에 “잊혀진 전쟁”이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과서나 여타 교육 자료에서 한국전쟁을 다룰 때 그 이름이 사용됩니다. 미국은 이곳 뿐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학살적 군사주의의 역사를 지우고 싶어하며, 그걸 돕는 당신들은 배신자입니다.

이곳 성노동자들의 집과 직장과 삶을 파괴한다고 해서 한국전쟁의 역사가, 용주골의 역사가 지워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당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폭력은 국제적인 이슈이며, 점점 더 큰 저항을 불러올 것입니다.

📸 사진촬영  :  나혜

당신들이 성노동자 A씨를 위험에 빠뜨리는 데 사용한 굴삭기는 “디벨론” 제품입니다. HD 현대의 브랜드죠. 파주에서 팔레스타인까지, HD 현대의 건설 장비는 오랜 세월동안 미국 제국주의의 무기로 쓰였고, 한국 정부는 이를 잘 알고 생산을 도왔습니다.

HD현대는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학살과 인종차별 정책의 공범입니다. 그 때문에 HD현대 같은 회사들을 보이콧하고 투자를 철수하고 제재하기 위한 대규모의 국제적 움직임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런 국제적인 저항의 움직임이 이곳 파주 같은 곳의 지역 운동에 힘을 더할 것이고, 이익을 위해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탐욕스러운 개발자들, 회사들, 정치인들과 맞서 싸우게 될 것입니다.

공직자로서 당신들이 할 일은 관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공공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건설장비와 퇴거 명령과 끊임없는 협박으로 그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게 아닙니다.

더이상 미 제국주의를 지속하지 마십시오. 파주와 팔레스타인에서 건설 장비를 무기로 사용하는 일을 멈추십시오.

용주골이 성노동자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성노동자들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그들의 역사에 대해, 그들이 이곳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으십시오.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필요한 공적 자원이 무엇인지, 그들이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