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입장문] '성매매 피해자' 여성들과 면담해달라는 정당한 요청을 '외부단체의 방해 행위', '폭언과 고성'이라고 발표한 김경일 파주시장을 규탄합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5. 15. 15:59

 

'성매매 피해자' 여성들과 면담해달라는 정당한 요청을 '외부단체의 방해 행위', '폭언과 고성'이라고 발표한 김경일 파주시장을 규탄합니다!

 

파주시청은 2024년 5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매매 피해자’와 시민 운동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였습니다. 성노동자 인권을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는 시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파주시가 유포한 거짓 정보를 아래와 같이 바로잡습니다.

1. “시민들에게 폭언과 고성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외부 단체는 없습니다.

지난 7일, 오전 10시에 파주시가 진행한 ‘여행길’ 캠페인에는 성매매집결지 폐쇄 TF팀장 전종고씨가 참석했습니다.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차차 활동가와 시민 연대자들은 전종고 팀장에게 다가가 자작나무회와 면담 날짜를 잡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행길 걷기와 같은 시청 행사가 아니면 ‘성매매 피해자’인 용주골 여성들이 전종고 씨와 같이 직급이 높은 공무원을 만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면담 요청이 있기 전, 지난 2일, 파주시는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서 여성들이 생활하던 주거지 일부를 강제철거했습니다. 생존권과 주거권을 위협받고 있는 당사자 여성들이 “강제 철거가 정말 여성 인권을 위한 일이라면 여성인 나와도 상의해 달라”는 등의 내용을 발언하면서 면담을 요구한 것이 5월 7일에 발생한 소리의 전부입니다. 폭언과 고성이 있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파주시는 증거 자료를 공개해 주십시오. 공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폭언과 고성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적 없으니까요.

2. 파주시는 ‘성매매 피해자’인 당사자 여성과 제대로 면담한 적 없습니다. 집결지 측이 “3년의 기간 동안 폐쇄를 유예해 주면 필요한 돈을 모아서 나가겠다”는 요구만 되풀이했다는 파주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9차례나 면담했다는 파주시의 주장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김경일 파주시장과 자작나무회는 2023년에 단 한 차례 면담 자리를 가졌습니다. 용주골에 철거 용역을 투입하기 전, 당사자와 면담을 하긴 했다고 외부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형식적인 자리였습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면담에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하며 자작나무회가 준비한 요구사항 문서를 테이블 위에 버려두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2024년인 지금까지, 파주시는 자작나무회와 한 차례도 더 만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9차례의 면담을 어떤 기준으로 카운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면담이란 서로 대화하며 의견을 주고받고, 협력할 수 있는 면담입니다. 지금까지 자작나무회와 대면한 자리에서, 파주시는 파주시의 입장을 통보하기만 했습니다. 파주시는 자작나무회와 협의할 의지 없이,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용주골 여성들을 대했습니다.

용주골 여성들은 면담 자리에서 ‘유예기간’만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자작나무회는 당사자와의 소통이나 실태조사 없이 만들어진 성매매피해자 자활 조례 지원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주보상대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당사자 여성과 함께 집결지 폐쇄 과정을 논의해야 한다, 당장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을 부수지 말아 달라는 등의 여러 다른 요구사항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습니다.

자작나무회는 ‘영원히 용주골에서 일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반복해 말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이주대책을 논의한 다음 집결지를 자진폐쇄해 나가겠다는 자작나무회의 입장을 파주시는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자작나무회가 제시한 수많은 타협점과 요구사항 중에 ‘유예기간’ 요구만 언급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마치 용주골 여성들이 괘씸하게 끝까지 버티면서 성매매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언급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3. 외부단체의 방해 행위가 아니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의 성노동자 권리 운동입니다.

당사자 여성들의 투쟁을 외부 세력의 방해로 축소하는 파주시를 규탄합니다. 2023년부터 일관적으로, 파주시는 용주골 여성들의 언행을 다른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의 언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는 용주골에서 일하는 여성들끼리 조직한 일종의 노동조합으로, 파주시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집결지 강제폐쇄 문제에 대응하고자 활동합니다. 자작나무회는 파주시의 지난 주장들처럼 업주에게 조종당해서, 외부 세력에게 휘둘려서 활동하는 게 아닙니다. 용주골 여성에게도 자신의 의지가 있습니다. 어떤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한다고 해서 그 여성의 의사 표현을 무시하거나 특정한 집단의 이익에 맞게 취사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자작나무회에서는, 집이 부서진 여성이 말하고 있습니다. “당장 생활할 곳이 없어요. 집을 부수지 마세요.” 돈이 필요한 여성이 말하고 있습니다. “조례 지원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어요. 아픈 가족을 돌볼 수 없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집결지를 떠날 수 없는 여성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면담 날짜를 잡아 주세요.”

이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는 ‘문화재생’과 ‘걷기’는 절대 평화로운 걷기가 될 수 없습니다. 강제 철거로 동네가 부서지는 와중에 우리와 한 번만 면담해 달라고 요청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이 아니라 당사자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정치를 치열하게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파주시는 여성들의 정당한 투쟁을 폭력이나 방해 따위로 축소, 매도하는 거짓 보도를 멈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