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노동 프로젝트 67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루비 :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루비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도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부터 대면 업종에서 일했습니다.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윗사람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어 퇴사했고, 그 이후로 아직도 안정적인 근무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힘들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마스크는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조차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조치입니다만, 병증이 없고 상대적으로 민감한 정도인 저에게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스크 상시 착용 수칙을 사업장에 적용하였을 때는 마냥 수긍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직 3개월 만에 어렵사리 취..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익명 : 수취인불명의 편지

수취인불명의 편지 익명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당신에게,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기분은 어떤지, 혹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 편지를 받게 될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특정할 수도, 제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제 잘못도, 당신의 잘못도 아닙니다. 제가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편지를 띄웁니다. 제 손가락의 수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제 손가락에는 수포가 있습니다. 수포는 내가 나를 돌보고 챙기는 데 소홀했다는 신호입니다. 수포가 올라..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유자 : 0 or 100

0 or 100 유자 여성의 도의가 아들을 많이 낳는 것이었던 시절, ‘여성미’의 상징은 풍요와 다산을 가져다줄 넉넉한 골반과 유방이었다. 여성의 넉넉한 몸은 아들을, 성(sex)을, 노동력을 남성들에게 선사함으로써 여성들은 그 넉넉한 몸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설계된 그대로 먹고 풍만해지기만 한다면, 운이 좋아 남자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그러나 19세기 낭만주의 운동 등장 이후로 ‘미’는 본격적으로 여성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야위고 창백한 피부가 높게 평가받기 시작하였으며, 마른 몸이 추앙받기 시작하였다. 더는 넉넉한 몸만으로는 부족했다. 풍만하기만 한 몸이 내쳐진다는 것은, 이제 여성에게 생식능력 이상의 능력을 갖춘 몸이 필요해졌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풍만한 몸이 지..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기획] 우리가 그리는 미래,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수다회 함께 보기 더보기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기획] 코로나 19,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기획]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우리가 그리는 미래, 주홍빛연대 차차 수다회 말하는 사람 : 달연, 데파코트, 모르겠는 사람, 밀사, 바다, 익명, 코토 기획의도 :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도 3, 4단계에서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성노동자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을 안고 생존을 위한 노동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안을 볼모로 삼아 성산업 내의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성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착취적인 구조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서 대부분의..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성노동 프로젝트 5회 필진 공개

안녕하세요, 성노동 프로젝트 5회 준비팀입니다. 성노동 프로젝트 5회 릴레이 원고가 9월 23일부터 공개되며, 필진들을 소개합니다! 성노동 프로젝트 5회 필진 공개 9/23 성노동 프로젝트 5회 수다회 9/24 깜말, 나도 병원 좀 편하게 다니자 9/25 유자, 0 or 100 9/26 익명, 수취인불명의 편지 9/27 루비,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9/28 익명, 너무 당연하고 간단하지만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실 9/29 보람, 어쨌든, 각자의 선택 9/30 왹사리, 우리는 결코 같은 얼굴을 갖고 있지 않다 10/1 마리아 레인보우, 저는 ‘성노동자’이며,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취업준비생’입니다 10/2 열심, 너무한 거 아니냐고 10/3 로잉, 여성, 가정 그리고 성노동론 10/..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오프더레코드 :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후기

오프더레코드 :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후기 참가자 : 바다, 열무, 유자, 왹비, 혜곡 Q.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바다 : 안녕하세요. 저는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바다입니다. 열무 : 안녕하세요. 열무라고 합니다. 유자 : 안녕하세요. NCT가 컴백해서 행복한 유자예요. 왹비 :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왹비입니다. 저는 요즘 성매매 집결지 철거 이슈를 좇다 보니, 구술 생애와 재개발 철거 운동 쪽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 중이에요. 혜곡 : 안녕하세요! 차차에서 회계와 이것저것을 맡고 있는 혜곡입니다. Q. 일주일간 어떻게 보내셨어요? 바다 : 일주일 동안 거의 집 안에서 휴식하며 지낸 것 같아요. 열무 : 월경을 해버려서 일은 많은데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성노동 프로젝트 4회 후기를 남겨주세요💌

안녕하세요,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 프로젝트 4회 준비팀입니다. 9월 16일부터 시작된 성노동 프로젝트 4회는 오늘(10월 1일)을 마지막으로 원고 릴레이 공개가 종료됐습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분들에게 "우리 같이 성매매 현장에서 경험한 거 아무거나, 또 아무렇게나 이야기해요! 여러분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들 여기 있어요. 아직 말하기 힘들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만큼, 말하고 싶은 만큼, 말하고 싶은 게 생기면 차차로 와요! 우린 언제나 여기 있어요!!"라는 메세지를 담아 성노동 프로젝트 4회를 진행했답니다. 조금이나마 우리의 마음이 여러분께 닿았을까요? 활동가들은 이제 10월 2일~ 10월 5일까지 쉬러 갑니다. 재충전해서 오프더레코드로 성노동 프로젝트 4회 후기 겸 수다회를 들고 올 생각이에요! 다다..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멜섭왹비 : 표착될 수 없는 지표

표착될 수 없는 지표 멜섭왹비 이 글은 성폭력 묘사를 포함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테이블 아가씨로 방에 들어갔는데, 얼마 뒤에 갑자기 손님이 바지를 탈의하더니 자신의 성기를 빨라고 시켰습니다. "오빠 저는 테이블 아가씨라 이런 건 부끄러워요"라고 말하며 술이나 먹자고 했습니다. 손님은 자긴 분명 작업 아가씨를 불렀다면서 그럼 네가 왜 온 거냐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사장을 불러오라고 시켰습니다. 바깥에 있는 사장에게 손님 이야기를 하니, “너 작업 아가씨 아니야?”라고 물었습니다. 사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실장과 전화하더니, 한숨을 푹 쉬었어요. 알고 보니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꼬여 실장은 절 테이블 아가씨로, 사장은 작업 아가씨로 착각하고 방에 넣어준 거였습니다. 작업이란 게 뭔지 ..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교두애 : 항상 사회에게 바라는 것

항상 사회에게 바라는 것 교두애 첫 경험은 스무 살이었습니다. 돈이 필요했고 크게 부담되는 제의가 아니었기에,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데이팅 어플을 통해 연락해 온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분과 데이트를 했습니다. 마땅히 건수를 무는 방법도 모르고,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만한 분도 없었기에 유일한 수단인 데이팅 어플에만 매달려 사람을 찾았습니다. 업소도 고민해보았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탈가정이나 업소 취업 역시 어려울 것 같아 조건만남의 형태로 건수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이런저런 시민 단체에서 활동했던 덕분에 운 좋게도 성노동 경험이 있는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런저런 조언을 들어가며 나와 맞을 것 같은 업종을 찾았을 때 코로나가 터지고 세계적인 전염병 사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평소라면 친구를..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유하 : 성노동자의 낙태와 재생산권을 생각하기

성노동자의 낙태와 재생산권을 생각하기 유하 한국에서 임신 중절권을 위한 싸움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2016년 검은 시위, 2018년 광화문 시위, 2019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에 이르는 변화는 급작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실상 낙태를 둘러싼 투쟁은 2016년 이전까지 큰 흐름 속에서 생존권을 호소하는 긴 시간을 지나왔다. 기성세대 페미니스트는 수많은 반동을 마주하며 정치화 작업을 쌓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 들어 온라인으로 결집한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임신 중절에 대한 최대한의 권리를 상상하고 목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적극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여성주의 운동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뤄냈으며 앞으로의 과제들을 안고 있다.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의 과제 임신 중절권을 포괄적인 재생산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