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성노동프로젝트 21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익명 : 어쨌든, 존재하기

어쨌든, 존재하기 익명 고를 수 있는 주제는 세 가지가 있었다. 굳이 이 주제를 고른 이유는, 노동 환경 이야기로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밤도 샐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보다 '성노동자로 살아남는 삶'이라는 문구에 더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나는 트위터 조건만남을 시작한 지 1년 9개월쯤 된 성노동자고, 일 년 반 전쯤에 조건만남 하는 법에 대한 장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알고 있는 한에서 지식을 다 털어놓은 글이었지만, 나의 기준과 상황에서 적은 글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말해주었다. 성노동자 속에서 나뉘는 직종은 내가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다양하다. 그 사람들 모두에게 맞는 글을 적을..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자당 : 우리를 공격하는 당신들은 틀렸습니다.

우리를 공격하는 당신들은 틀렸습니다. 자당 안녕하세요. 저는 5월 말부터 트위터에 인권 관련 글을 쓰고 있는 닉네임 자당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트위터를 시작한 이후 작성한 성노동자의 권리와 관련된 글을 기반으로, 제가 보았던 성노동자에 대한 공격과 이에 대한 제 생각을 묶어본 것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보고 작성했으며, 비당사자의 경험과 시선에서 적었기 때문에 성매매에 대한 이해와 글의 내용이 많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저는 사실 트위터에 가입하기 이전까지 성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 입장은 대중들이 그러했듯이, ‘성매매는 나쁜 것이며 구매도, 판매도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트위터에서 처음 적었던 글 또한, 성매매특별..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적성 : 코로나 시대에 일하고 관극하는 사람

코로나 시대에 일하고 관극하는 사람 적성 처음 성노동 프로젝트 참가 권유를 받고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라는 주제를 보았을 때 나는 참가 여부를 심히 고민했다. 나는 본격적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후부터는 (사실 그 전부터도) 내가 한참 성노동을 하던 때보다 현저히 적게 성노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거의 탈성노동에 가까운 상태로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때문에, 성노동자라는 당사자성을 내세워 뭔가 발언하기엔 스스로 부족하고 찜찜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서 오직 ‘성노동자’로서 말하기보단 현재 코로나 시대의 ‘노동자’이자 관극이라는 취미를 즐기고 살아가는 나로서 이때까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말하려 한다. 사실 나는 이전에도 늘 관극하는 성노동자라는 주제에 대해 말해왔는데,..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우리의 자랑스러운 낙인을 위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낙인을 위하여 유자 우리는 모두 ‘여성’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 낙인을 떨쳐내기 위하여 우리는 오랜 시간 연대하고, 저항하고, 싸워왔습니다. 낙인을 부여한 이들과 싸우며 우리가 끝내 다다른 도착지는 우리가 ‘여성’이기에 겪는 모든 고통은 우리의 탓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성’인 탓에 겪는 모든 차별들은 우리의 탓이 아닙니다. 영화 ‘주홍글씨’의 주인공 헤스터는 말합니다. “뭘 기다리죠? 어서 달아요! 이건 내가 아닌 당신들의 수치의 상징일 뿐이에요.” 이것이 우리에게 찍힌 낙인의 본질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낙인이 아니라, 낙인을 부여한 이들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이 낙인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옳을까요. 사랑하기엔 아프고, 버리자니..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수다회 미리보기

[성노동 프로젝트 4회 기획]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 수다회 미리보기 1 유나 : 저는 강남 룸의 변종업소(레깅스룸, 셔츠룸)-합법-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첫 집합금지 때부터 어쩔 수 없이 단속할 방법이 거의 없는 키스방-불법-으로 업종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룸은 수위가 정해져 있어요. 방에 들어가도 손님 여러 명과 아가씨 여러 명이 일을하고, 웨이터나 담당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비교적 개방적인 공간에서 일을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키스방은 수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상상도 못 하게 수위가 높아집니다. 강간 위험에 쉽게 노출되며 밀폐된 공간에서 1:1로 일을 해야 해요. 예전보다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더 낮은 페이를 받아야 하는 셈이죠. 선택권이 거의 없어진 거예요. 룸에서 벌던 만큼을 벌려면 결국 ..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4회] 내가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성노동 운동을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여러분. 성노동 프로젝트 4회 준비팀입니다. 많이들 기다리셨죠? 9월 중순부터 성노동 프로젝트 4회가 시작된답니다. 성노동 프로젝트는 성노동 담론과 함께 성노동자를 억압하는 체제와 권력 구조를 살펴보고, 성노동자의 시각에서 성노동자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동안 성노동자들은 언어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담론장을 갖지 못했습니다. 차차에서는 성노동자가 안전히 발화할 수 있는 담론장을 여러분들과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성프 4회 준비팀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시지 않나요? 성프 4회 준비팀에게 [내가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성노동 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해봤어요. [내가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성노동 운동을 하는 이유] ..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멜섭왹비 :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멜섭왹비 저는 이 글을 통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선언할 것입니다. 저번 미아리 텍사스 소개 글을 썼으니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본격적으로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이번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거는요. 여러분, 사람들은 성매매/성노동 문제를 너무나 단순하게 생각해요. 다층적인 맥락은 살펴보지도 않고, 단지 ‘여자’ 당해서 성매매에 유입되는 줄 알아요. 사람들이. ‘여자’ 당한 나는 성매매 같은 거 안하고도 잘 먹고 잘 사는데, 너는 ‘공장’이나 ‘콜센터’같이 정상적인 직업 놔두고 왜 성매매하니. 결국에 성매매가 좋은 거지? 여성 인권 낮추는 창년아. 이런 말 들으면 저는, 제가 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여자’ 당했음에도 성매매에 유입될 수밖에 없고, 성..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채연 : 남성•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상품화되는 몸 , 성산업 • 육식 카르텔 앞에 저항하라

남성•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상품화되는 몸 성산업 • 육식 카르텔 앞에 저항하라 채연 남성•자본주의 시스템은 성노동자와 비인간동물의 몸을 착취해 이윤을 취득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남성들은 자신의 지배 권력을 드러내고자, 호모소셜 안에서 공적 권위를 얻기 위해 고기를 먹고, 성구매를 하며 사회는 이를 묵인한다. 남성사회가 성노동자의 성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는 단지 구매한 성서비스를 소비한다는 의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남성 성구매자들은 유흥업소에서 자신이 속해있는 호모소셜의 유대감을 유지하고, '흥'을 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성노동자의 몸을 소비하며, 성구매라는 행위로 남성권력을 세운다. 성구매자는 보편적으로 남성이고 여성 성구매자는 존재하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는데, 여성들은 성산업에서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에..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데파코트 : 창녀 페미니즘 선언문, 성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

창녀 페미니즘 선언문 성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 데파코트 “성노동창녀들 심리 남자랑 존나 부비면서 돈도 벌 수 있고 계속 일하고 싶은데 몸 파는 년 소리 들으면 자존심 상하니까 어떻게든 더러운 일처럼 안 보이게 대단한 것처럼 6페미9하고 6성노동9으로 바꾸려고 하는 거 아님? 알바도 빡세게 일하면 200 정도 벌 수 있는데 그러기 싫으니까 몸 파는 거 아닌지” “나는 성매매하는 여자들도 별창들도 포르노 배우도 다 사라졌으면 좋겠음 위에는 조폭이 관리하고 밑에서는 배 나오고 씻지도 않은 남자랑 섹스하는 인생 살 생각이면 정신 차려라 같은 맥락으로 트젠도 사라져라” “성매매 전도하는 년들은 한남고추 흡입으로 좀 혼쭐을 내줘야 함 니들 때문에 머가리 필터 완성도 떨어지는 한녀들이 성매매한다고ㅠㅜ” “야이 미친..

[2020 성노동 프로젝트 제 3회] 왹사리 : 국내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 성노동/자 혐오 양상에 관하여

왹사리 성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급적 “성노동/자"로 성노동과 “자”를 구분해 성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지칭하는 편이다. 그가 성노동으로 매일 버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존엄성이 언제나 그 곁에 머문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 그렇다. 슬프게도, 이렇게 당연한 사실 명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이다. 그들은 자기 귓가에 성노동이라는 말만 울리면, 머릿속에서 성노동/자를 혐오하라는 명령을 하달 받은 군인처럼 신나게 얼굴도 모르는 노동자들을 욕하기 시작한다. 그게 잘못된 것임을 알리기 위해 지난 첫 성노동 프로젝트에 제출한 두 글에 이어 이 글을 또다시 쓴다. 매우 다부진 말을 힘있게 써 나가며 국가 권력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