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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공유]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 피해 당사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7. 13. 02:57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피해 상황과 침해의 심각성

피해 당사자

 

안녕하세요. 저는 OO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성매매 단속을 맞았습니다. 옷을 전부 벗고 있는 상황에서 동의 없는 사진 촬영을 당했습니다. 경찰이 방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자마자 휴대전화로 제 알몸을 세 번 찍었습니다. 저는 누구세요? 라고 크게 소리쳐 봐도 누구긴 누구야 경찰이지 새끼야 라는 말을 들었고, 왜 찍으세요? 뭐하세요? 라고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저는 방에서 경찰관들에게 둘러 싸여 진술을 강요받았고 사진을 지워주기 전에는 진술서를 쓰지 않겠다고 항의했습니다. 제 알몸을 찍었던 경찰관은 되려, 너 생리하던데 그래서 질싸 받은 거야? 라는 말을 하며 제 속옷을 보여주었습니다. 왜 저의 몸을 찍어야만 했고, 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는지요, 수사과정에 꼭 필요한 것인지요? 그 사람의 태도에 손이 떨리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그 경찰관에게 꼭 사과 받고 싶습니다.

제가 경찰서에서 울면서 조서에 적었던 내용입니다. "저는 단속과정에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얼굴이 나온 알몸 사진이 여기저기 떠돌까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이 어딘가에서 나돌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모멸감이 듭니다. 제가 항의해도 사진을 찍힌 것은 달라지지 않고 평생 제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사진을 찍은 그 형사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저는 경찰서에서 진술을 마친 뒤에, 성매매 여성의 법률상담을 도와준다는 주홍빛연대 차차에 연락을 하고, 차차의 도움을 받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변호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성매매 여성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관행을 뿌리 뽑아 보자는 각오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다시 경찰서에 진술을 하러 갔을 때 수사반장에게 우려하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진 단톡방에서 다 지웠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요. 저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왜 단톡방에서 사진을 공유했는지, 내 몸을 보고 남성 경찰관들이 딴소리를 하지는 않았는지, 그 중 누군가가 사진을 저장하진 않았는지, 왜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지요. 제가 성노동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 상황을 견뎌야만 하는 것인가요?

저는 사진을 찍힌 시점으로부터 반복되는 꿈을 꿉니다. 모든 사람이 저를 쳐다보며 이 사진이 너야? 하고 제 몸을 조각조각 나누어 평가하는 꿈을 꿉니다. 사진을 찍혔을 때의 상황이 한번 생각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그 상황이 머릿속에서 멈춰지질 않습니다. 밖으로 나가봐도 모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눈앞이 흐려집니다.

여러분께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불법촬영의 대상이 본인이고, 가해자가 공권력을 지닌 경찰이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성노동자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되는 탓에 성매매 단속을 맞게 되었고, 알몸 사진을 찍히고, 조롱받고 제 존엄성이 짓밟히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단속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저의 절박한 감정을 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성노동자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저를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제가 성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인권 유린을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법에 아슬하게 걸려 있는 어떠한 사각 지대 속의 사람들 조차 말입니다.

얼마 전 강남 유흥업소에서 손님이 술에 탄 마약성 약물에 의해 죽게 된 성노동자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저희들은 굳이 공기관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위협과 불안감 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물론, 국가가 성노동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방금 전과 같은 일을 많은 사람들이 겪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위법한 수사를 정당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정육점의 고기가 된 것만 같은 수치심을 반가워할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인권위에게 바라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 경찰이 동의 없이 알몸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공유하는 일이 없게 해주세요.

둘, 불법촬영한 경찰관을 엄밀히 수사하여 처벌해주세요.

셋, 동의 없이 촬영한 알몸 사진을 모두 영구 삭제해 주십시오.

이것은 제 개인만의 문제일 뿐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모든 계층에게 해당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의 사람과 같은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