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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공유]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7. 13. 02:59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경찰의 인권침해적 성매매 단속 관행 규탄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로,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 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단속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매번 이와 비슷한 인권침해를 마주해왔습니다.

키스방에서 일했던 성매매 여성 A가 단속당했을 때 일입니다. 경찰은 A에게 ‘다 알고 있다, 성매매한 거 다 안다’며 자백을 몰아붙였고, ‘자백하면 조사기록이 남는 것으로 넘어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 나올 수 있다’고 윽박질렀습니다. 할 수 없이 A는 바닥에 엎드려 사건 경위를 적기 시작했는데, 경찰이 글씨를 적고 있는 A의 모습을 2번 정도 촬영했고 해당 사진이 어디에 쓰이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A가 사건 경위를 작성하기 머뭇거리자 경찰이 와서 ‘남성의 바지를 내리고 손과 입을 이용해서 성기를 애무했습니다’라고 강제로 적게 했습니다.

경찰의 단속과정 중 성매매 여성 불법 촬영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요서울 2013년 1월 21일 자 기사, 성매매 여성 인터뷰 김 씨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언급이 나옵니다. 김 씨가 2012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던 동기는 경찰의 불법 촬영 때문이었습니다. 김 씨는 가게에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을 눈으로 확인한 후, 이불로 몸을 가리고 옷을 입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미처 가리지 못한 김 씨의 몸을 불법 촬영했습니다.

올해 1월에 KBS에서 방송된 경기지방경찰청 성매매 단속반 동행취재 방송에서도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나체를 촬영하는 장면이 모자이크되어 나옵니다. 경찰의 촬영도 문제가 있지만, 비록 모자이크됐더라도 방송사에서 성매매 여성의 나체 촬영 장면을 내보낸 것도 심각한 사건이었습니다. 불법 촬영 영상이 누가 누구에게 공유되고, 언제 폐기되는지, 어디에 공개되는지 당사자는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은 사건 외에도, 유사 피해를 경험한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사(쇼)’가 있는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성매매 여성 B는 경찰이 단속과정에서 상체를 탈의하고 ‘인사(쇼)’를 하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갔다고 말했습니다. 변종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성매매 여성 C 또한 경찰이 상체를 탈의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찍어가서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지금까지 있었던 단속 사례와 비슷합니다. 원룸에서 3명의 남성 경찰관이 밤에 기습적으로 들이닥쳐 피해 여성을 불법 촬영했고, 심지어 경찰은 합동단속 팀의 단체 SNS 방에 해당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습니다. 그 자체로 유포 행위일 뿐만 아니라, SNS 방 밖의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될 가능성까지 생긴 것입니다.

‘성매매 단속’에 성매매 여성의 나체 사진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이런 불법 촬영이 성매매 여성에겐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까? 한국에서 불법 촬영 문제가 중대한 사회 문제로 다뤄지는 와중에도,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이 여기 있습니다.

이 여성들, 왜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까? 가난해서 여기 있습니다. 아파서 여기 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부양해야 해서, 탈가정해서, 취업시장에서 배제되어서, 경력이 단절되어서 여기 있습니다. 장애가 있어서, 정신질환이 있어서,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해서 여기 있습니다. 이주 여성이라서, 난민이라서, HIV 감염인이라서, 성소수자라서 여기 있습니다.

누가 이 여성들을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까? 이 여성들이 성매매를 결심하기 전까지는 이 여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든지 관심도 없던 국가입니다. 소수자성을 차별하고 불균등한 기회마저 차단하며 성산업으로 가라고 등을 떠민 사회입니다!

성매매 여성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성매매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가는 성매매 여성들이 잘살아갈 수 있게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단속과정에서 경찰들이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폭력을 자행할 수 있도록 방관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이 정말 이런 식의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들입니까? 이 여성들을 이렇게 대하는 게 정말 떳떳하고 온당한 일 맞습니까?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불법 촬영한 경찰과 해당 수사를 지휘, 감독한 자에게 적절한 징계와 처벌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도 이런 일을 겪으면 안된다는 걸 보여주십시오. 성매매 여성들도 공권력의 폭력에 노출되는 게 아닌, 다른 사회 구성원처럼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요구는 유별난 요구가 아닙니다. 이 요구는 사회정의입니다.

지금이라도 용기 있게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불법 촬영을 근절하고자 이 자리에서 목소리 내고있는 성매매 여성의 편에 서주십시오. ‘성매매 여성도 불법 촬영 당하면 안 된다’는 이 기본적인 진실, 국가인권위원회가 확인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