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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공유]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 리아(N번방에분노한사람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7. 13. 03:01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경찰의 성매매여성 알몸 촬영은 불법촬영이자 성폭력

 

리아(N번방에분노한사람들)

안녕하세요, 저는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활동가 리아입니다.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 문제를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위해 모인 연대자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중 누가 사람인지, 무엇이 사람다운 것인지는 수많은 존재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는 전선이니까요.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딱 두가지를 말하려고 합니다.

첫째, 성매매 여성도 사람입니다.

둘째, 성매매 여성이 법 앞에 평등할 수 있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습니다.

사람을 성매매 행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증거, 그리고 금전적 대가가 오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사용한 콘돔이나 금전거래 장부와 같은 증거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촬영한 사진은 성매매 행위에 관한 증거가 아닌, 성매매 여성 개인의 나체였습니다.

여성의 성기와 가슴이 드러난 사진이 그 자체로 성매매 행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진은 주로 여성을 압박하여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성매매를 단속하는 경찰이 좀 더 편하게 일하고자 자행해온 잘못된 수사관행인 것입니다.

경찰은 여성이 성기와 가슴을 가릴 시간을 줄 수도 있었습니다. 여성의 나체를 촬영하지 않고도 수사할 수 있는 적법한 방법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단속 현장에 들이닥치자마자 무방비 상태의 여성을 촬영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성구매 남성을 압박하여 진술을 받는 대신, 금전 거래 등 다른 증거 기록을 확보하는 대신, 현장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던 나체의 여성을 먼저 증거에 포함하기로 선택했습니다.

여성이 원하지 않는 촬영에 항의했음에도 경찰은 촬영된 나체 사진을 다수의 합동단속팀원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공유하기까지 했습니다. 동의를 받지 않고 찍힌 여성의 나체 사진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입니다.

성폭력처벌법 14조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또, 이렇게 촬영된 촬영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및 전시 상영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성매매 여성을 이 법의 예외로 둔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성매매 여성 또한 이 법에서 명시하는 사람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여성이 당하는 불법촬영도 불법촬영입니다. 성매매 여성이 당하는 촬영물 유포도 촬영물 유포입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공권력이 여성에게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성폭력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모임으로서, 이와 같은 경찰의 수사 관행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진정인이 경험한 인권 침해는 법이 여성 전반을 대하는 태도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성매매 여성은 마치 성폭력 처벌법에서 명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처럼 여성을 촬영하며 단속해온 경찰의 행태는 성폭력을 경험한 피해자가 법으로 보호받을 만한 여자인가 당해도 싼 여자인가 구별해 차별하는 사법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찰의 의도가 어떠했든, 경찰이 성매매 여성에게 이렇게 행위할 수 있는 현실은 “성매매 여성과 같은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함의를 갖습니다. “법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정숙한 여인의 정조만을 보호한다”는 1955년의 판결에서부터 유구하게 이어지는 여성 억압의 맥락 위에 이 사건 또한 놓이는 것입니다.

성매매 여성도 여성입니다. 성매매 여성도 사람입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여성이 법 앞에 평등하려면 성매매 여성도 법 앞에 평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인을 법 앞에 평등한 사람으로 본다면, 그가 겪은 경험을 성폭력처벌법상 불법촬영 및 유포 피해로도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진정인이 성폭력 피해 경험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