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빈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빈곤한 삶을 단속하고 처벌하려고 하는가. 탈성매매를 해야만 당사자들의 인권을 조건부로 인정하는 행태는 인간 존재의 권리를 인질로 두고 벌이는 인질극이다. (중략) 성매매 당사자를 범죄화하는 성매매특별법은 비성노동자 여성주의자들의 삶에 아무런 생계의 위협이나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노동자 계급에 속한 여성들에게 성매매특별법은 생존권, 노동권, 주거권 등 인간이 지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성노동자들의 생계, 생존, 삶, 존재는 불법의 영역 속에 존재한다. (중략) 왜 성매매를 하는지 묻기 전에 왜 누군가의 생존이 불법인지 먼저 질문해야 한다. 성매매 당사자를 범죄자로 규정한 법제도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빈곤한 이들에 대한 폭력이다. 성매매 근절을 논하기 전에 먼저 우리가 보지를 팔지 않아도 생존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라. 성노동자를 박살 낼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자다가 돈 안 받고 강간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돈 받고 강간당하는 게 낫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박살 내라. (중략) 내가 주류적 섹슈얼리티 체제에 속해있지 않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다. 나는 나의 더러움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자격 없는 존재들과 세상을 바꿀 것이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의 ‘2020성노동 프로젝트 제3회’의 글 중 데파코트님이 쓴 ‘창녀 페미니즘 선언문, 성노동자들에게 빵과 장미를’의 일부이자, 평양 할머니의 삶에 대한 담론적 재해석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몸과 지식과 시간을 팔아 생활비를 챙기며, 기업의 이윤을 늘려주고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를 강화시킨다. 유독 성노동자에게만 성 불평등을 강화한다느니 더럽다느니 하는 타령은 이제 지루하다. 탈성매매를 원하는 사람에겐 탈성매매를 지원하고, 자신을 성노동자로 호명하는 사람들에겐 제대로 된 노동조건을 위해 연대할 일이다. 지난 2일은 ‘세계 성노동자의날’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성노동자·성매매여성남성들·성판매성전환자들은 생계와 감염과 동선추적의 위험을 무릅쓰고 더 밀려나고 흩어지고 있다. 작금의 대구 유흥업소 확진자 증가 뉴스에 그녀들을 떠올린다. 기어코 살아 자신의 길을 만들기를.
읽기 : [숨] 평양 할머니와 창녀 페미니즘 - 경향신문 (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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