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투쟁대회
달연(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십니까!
주홍글씨로 낙인 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차근 없애 나가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활동하고 있는 달연입니다.
늘 행진대열에만 있던 제가 오늘 이렇게 성소수자이자 성노동자 활동가라는 것을 밝히고 발언하게 되었습니다. 제 정체성을 밝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언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두렵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떨지 않고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성노동자와 성소수자를 죽이거나 죽은 듯 살게 만드는 사회의 낙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더럽다. 문란하다. 교육에 좋지 않다. 병을 옮긴다는 말들로 설명됩니다. 이런 이유로 세상은 성에 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손쉽게 그 혐의를 우리에게 덮어 씌웁니다. 우리를 교정하면, 우리를 격리시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이 굴어버립니다. 성소수자와 성노동자가 성병 전파의 원인이라 거나, 성병에 감염될 시 확산도가 (성소수자, 성노동자가) 아닌 이의 경우보다 크니 고위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등의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확산우려가 있기 때문에 퀴어퍼레이드를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이야기로 여론을 몰고갑니다.
하지만 이런 낙인은 진실을 가리고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 그 대상이 누구든지 우리는 서로에게 감염되는 일을 막을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연루되고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완전무결하게 더럽고 깨끗한 것으로 사회를 나누는 이분법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질병 감염의 위험은 성노동자, 성소수자 등 특정 이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 자원을 누리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평등합니다. 감염의 원인이 특정 계층에게 있다는 듯 혐오를 조장하고, 낙인을 찍는 시스템은 질병예방이 어렵도록 문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설사 우리가 실제로 더럽고, 문란하고, 병을 옮기고, 교육에 좋지 않다고 해도, 그런 존재는 없는 듯이 살아야 하는 것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더러운 사람들은 안전하면 안 되는 것인가요? 문란한 사람들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인가요? 병을 옮기는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인가요? 진짜 교육은,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배워가는 과정이 아닌가요?
우리는 서로의 다양성에 마음껏 감염되기를 원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합니다. 그것이 당신들 보기에 더러움이라면, 우리는 차라리 마음껏 더럽겠습니다. 찬란하게 문란하겠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다양성과 환대의 행렬을 보십시오. 살아가기 위해서 사랑하며 애를 쓰고 버틴 우리들은 마음대로 삭제하고, 혐오해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좁은 울타리를 높게 치고, 그 밖으로 존재들을 계속해서 탈락시키는 거만한 정상성 사회에게 말합니다.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끈질기게 등장할 테니, 사라질 수 없는 우리들의 존재를 똑바로 보십시오.
사랑하기 위해 분투하는 서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어떤 성적 실천은 숭고함이고 어떤 성적욕구는 문란함이라고 경계 짓는 정상성의 위계를 혼란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등장합시다.
이상 구호 외치고 발언 마치겠습니다.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성소수자가 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