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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공유] <투명가방끈 대학비진학자 가시화 주간> 대학 밖에서 손을 잡자! 오픈 마이크 데이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11. 19. 02:59

사진 출처 : 투명가방끈

 

투명가방끈 : 대학 밖에서 손을 잡자! 오픈 마이크 데이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여름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로,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 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대학 밖에서 손을 잡자!" 오픈마이크 데이에 모인 여러분들, 평등과 연대의 이름으로 인사 드립니다.

저는 ‘수능’이란 단어를 들으면 원한이 차오르곤 하는데요. 대학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시기에 ‘제대로 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사람은 정상사회로부터 미끄러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먼저 정규직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게 되는데요, 노동시장 탈락은 열악한 주거환경, 빈곤과 친해지는 일이기도 하지요. 저는 광기의 K-입시생활을 거치며 정신병을 얻어 대학을 안 가겠다고 다짐했는데요, 단지 대학 비진학만 결심했을 뿐이었는데 사회는 저에게 집다운 집에서 사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고, 여가생활 없는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되는 삶을 강요하더라구요. 대학 비진학자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더울때 덥고, 추울때 추운 1.5평짜리 고시원에서 몸을 구겨서 잤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비정규직 노동으로 먹고 살며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하며 살았던 기억도 납니다.

대학 비진학자들은 ‘정상적인’ 학력이나 학벌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의 대상이 됩니다.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신화는 계급, 성별, 장애, 인종,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설정된 출발선을 은폐합니다. 학력이나 학벌은 개인의 노력보다도, 애초에 내가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판가름 납니다. 입시생활을 해낼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은 공평하지 않거든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싫어합니다. 경쟁에서 뒤처진 패배자의 변명으로 치부합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누가 대학에 가고 안 가고, 누가 차별받고 누가 특혜를 받는지 여부가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우연에 가까운 결과라고 생각하면 두렵잖아요.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그 모든 대학 입시 과정이 공정하다고 믿어야 마음이 편하니까요.

모든 사람이 노력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 대학에 가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노동할 기회, 좋은 삶을 살 기회를 박탈하는 차별에 동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차는 그런 차별에 반대합니다. 대학입시거부 운동은 성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에 가지 않은, 대학에 가지 못한, 대학에 끝까지 머무를 수 없었던, 대학 때문에 많은 빚을 져야만 했던 수많은 성노동자들이 대학 울타리 바깥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싸우는 일이 대학입시거부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성에 속하지 않거나 속하지 못한 몸으로서, 정상성의 기준에서 실패하고 낙오한 사람들이란 낙인을 정상성에 저항하는 우리의 자긍심으로 바꿉시다. 성노동자들도 대학입시거부 운동에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 여름

**사랑해, 유원, 혜곡의 문장을 보태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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