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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문 공유]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4. 9. 13. 14:37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로,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 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차차는 오늘 성노동자/이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찰 단속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주 노동자이자 성노동자인 사람이 경험하는 폭력적인 단속 문제에 연대하고 투쟁하고자 합니다.

지난 8월 30일, 분당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태국 국적의 여성 종업원 A 씨가 단속을 피하고자 창문에서 추락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서 분당경찰서는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의 체포·단속 매뉴얼조차 지키지도 않았고, A 씨의 추락 당시, 수사관은 방을 수색하거나 장부를 확인하며 성매매 혐의 증거를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언론은 이번 사건에서 분당 경찰서가 체포·단속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초점을 두고있습니다. 하지만 분당경찰서가 체포·단속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냐, 안지켰냐가 사건의 핵심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는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주민과 함께 살아갑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23년 6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이주노동자 수는 135만명입니다. 이들은 기후재난, 빈곤, 전쟁, 차별 등의 문제로 국경을 넘어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서류절차 없이 국경을 넘으면 ‘미등록 이주(불법체류)’가 됩니다. 혹은 서류절차를 통해 넘어왔더라도, 정해진 체류 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미등록 이주민 신분이 됩니다. 작년 5월 법무부 통계에서 미등록 이주민은 약 42만명이었습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미등록 이주민의 규모를 20만명으로 줄이겠다며 경찰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의 규모를 줄이는건 경찰 단속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주민의 체류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주민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게 됩니다. 한국의 비자와 체류 정책, 고용허가제 등의 제도는 이주민을 불법적인 존재로 낙인찍고, 취약한 상황으로 몰아넣습니다.

작년 경북 경주 공장에서 법무부 직원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 노동자의 목을 졸랐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임신중인 미등록 이주여성이 강압적인 단속을 당하다가 발목 부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반인권적인 경찰 단속은 또다른 ‘불법존재’인 성노동자 역시 경험하게 됩니다. 정부는 성산업 규모와 성노동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성매매 단속을 합니다.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하고 성노동자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며 함정단속을 해도 신고하지 못합니다. 성매매 증거랍시고 성노동자의 몸을 불법촬영 해도 경찰은 ‘합법’적인 수사라고 주장합니다. ‘불법존재’로 분류되는 미등록 이주민과 성노동자는 경찰 단속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의지하던 공동체까지 파괴되기도 합니다.

미등록 이주 성노동자는 더욱 취약한 상황입니다. 성매매특별법과 출입국관리법의 단속과 추방이라는 이중 위험에 놓입니다. 안정적인 삶을 준비하려고 노력해도, 언제 어디서 단속을 당해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 조차 없습니다.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강제추방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 성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은 ‘범죄자’이거나 ‘(인신매매) 피해자’ 둘중 하나입니다. 이마저도 당사자에게 한국 수사·사법기관이 인정하는 ‘피해자다움’이 없다면, 가차없이 범죄자로 분류되어 단속 대상이됩니다.

단속과 추방으로 이주 노동자와 성노동자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정부의 상상력이, 당사자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로 다가옵니다. 이번 분당경찰서 사건은 미등록 이주민/성노동자/이주 성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아예 없애버리고자 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차차는 성노동자/이주 노동자를 향한 경찰 단속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성노동자와 이주 노동자에게 필요한건 경찰 단속이 아닙니다. 오히려 징벌적인 제도는 당사자의 삶을 괴롭게만 할뿐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마저 단념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선택한 국가에서, 공동체에서,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국가에 요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