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5. 21. 15:07

사진 촬영 : 은석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로,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 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기자회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 평등과 연대의 이름으로 인사드립니다.

경기도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집결지는 6.25 전쟁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촌 중 하나로 형성되었습니다. 작은 농촌 마을이었던 용주골은 국가의 기획과 관리에 의해 미군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파주군은 미군의 건강을 위해 성병 관리소를 설치하는 등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몸을 통제하고 희생하며 한미 군사동맹을 공고히 했고,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때도 성매매는 불법이었지만, 국가가 나서서 불법 행위를 조장했던 것입니다. 당시 기지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애국자로서 정당화되곤 했습니다. 이 여성들을 통해 먹고 살았던 수많은 사람은 미군 주둔과 기지촌 번영이 계속되기를 바랐습니다.

미군이 떠난 후, 한국인을 상대로 방향을 튼 성매매가 미군을 상대하는 성매매처럼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자, 용주골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점차 지역의 ‘수치’이자 범죄자로 취급받게 되었습니다. 집결지를 재개발해 높은 건물을 올리는 게 파주시가 또다시 ‘성장’할 방법으로 제시된 지금, 파주시는 불법 행위를 조장해 이익을 얻었던 역사를 잊었다는 듯이 성매매는 불법이라고, 이 여성들은 불법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여성들의 몸은 여전히 국가에 의한 통제와 희생을 겪고 있습니다. 파주 1-3구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로 용주골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자신이 언젠간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는 외부의 압력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합니까? 용주골 집결지 여종사자들이 이렇게 사과도 보상도 없이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사람들입니까? 여종사자들 덕분에 살아왔던 과거가 있는데, 우리가 이 사람들을 그렇게 대해도 됩니까?

김경일 파주시장은 인권 유린의 현장인 성매매 집결지를 꼭 폐쇄하겠다고 말합니다. 성매매 집결지가 정말 인권 유린의 현장이라면, 이 현장을 조성한 파주시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가가 만들고, 국가가 관리해 온 현장입니다. 진정 여성 인권을 위한다면, 이 여성들과 이 공간의 역사를 존중한다면,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와 같은 반쪽짜리 조례지원으로 이들을 기만해서는 안 됩니다.

파주시는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에 종사하는 성매매 피해자 등을 200명 안팎으로 집계했으나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이 중 약 100명(올해 20명, 2024년 80명)만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모든 여종사자를 지원하는 게 아닌 절반만 지원하는 반쪽짜리 조례인 것입니다. 이 지원은 '탈성매매 확약서'를 작성해야만 받을 수 있으며, 지원받는 기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성매매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 받았던 지원금 모두/일부를 반납해야 합니다.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에서는 지원을 받는 동안 탈성매매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 받아야 하는 부분이 부당하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한 달에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생계비가 너무 적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직업 훈련 등 파주시가 정해놓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다른 직업을 갖기가 너무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이 조례가 정말 실효성 있는 탈성매매 자활 지원 방안이라면 지금쯤 신청이 쇄도해 마감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일배움카드나 한부모가정 혜택을 받는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일 경우 중복 지원이 불가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내일배움카드 사용자, 한부모가정, 기초생활수급자는 빈손으로 집결지를 떠나야 한단 말입니까?

지금까지 파주시에서 여성 인권은 집결지 폐쇄와 재개발을 위해 동원된 명목일 뿐이었습니다. 파주시는 여종사자 자활 방안이 채 수립되지 않은 기간 동안 성매매처벌법에 의거한 단속 등의 조치로 집결지 내 여성들을 압박했고, 집결지 입구에 단속초소를 설치하여 여종사자들을 재개발 구역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밀려난 여종사자들은 다른 집결지로 이주하거나, 다른 업종에서 일을 구해야 했습니다. 한 여종사자는 “돈을 벌어야 이사를 가는데 돈도 못 벌게 하고 지원도 없었다”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집결지 폐쇄 추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여행길) 걷기로 여종사자들은 사생활 침해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종사자들의 생활 터전을 구경하며 “존엄이 있는 인간을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언행을 일삼는 해당 행위에 관해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우리도 여성이고, 우리도 파주 시민이다”, “우리를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행복길 걷기를 멈춰 달라”, “외지인들이 출입해 빨리 집결지가 폐쇄되어 파주 땅값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 남기는 상황이 모욕적이다”라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집결지 여종사자를 위협하는 파주시의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파주시는 여종사자들의 요구를 들어야 합니다! 여종사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듣고, 반영해야 합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듣지 않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멈춰야 합니다. 당사자가 받을 수 없는 지원을 제시하고, 해당 지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불법 성매매 여성으로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강요하는 반인권적인 통치를 멈춰야 합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는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모든 시민이 정당한 자기 몫과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존중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여름

**유원의 문장을 보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