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5. 21. 17:04

사진 촬영 : 은석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안녕하세요. 저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에서 활동하는 나영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리고 나서 저희 단체 홈페이지 게시물에는 210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성착취의 온상인 집결지가 하루 빨리 폐쇄되어야 하는데 왜 거기에 가서 연대발언을 하느냐, 왜 업주들의 주장에 흔들리느냐라는 비난과 우려의 댓글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쏟아졌는데요, 시간이 좀 지나면서 집결지 강제 폐쇄에 반대하는 분들, 과거에 집결지에서 일하셨으나 재개발로 밀려나면서 다른 곳으로 가시게 된 분들, 여기 용주골에서 일하셨거나 지금 일하고 계신 분들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전에 용주골에서 일하셨다는 한 분은 용주골에서 일할 때 힘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강제로 폐쇄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성노동자라고 밝히신 다른 한 분은 다른 집결지에서 일하셨는데 그곳도 이제 재개발이 들어간다고 하시면서, 수원, 청량리, 천호동 등 다른 곳에서 밀려난 분들도 이 분이 일하시던 가게로 많이 오셨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보상도 없이 쫓겨나서 다른 집결지로, 다른 업종으로 강제로 이동하시게 되었다고요.

저는 이렇게 이어진 댓글들을 보면서 이곳에 와서 연대하고 함께 싸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행복한 길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걸고 걷기 행사를 하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지금 용주골에서 싸우고 계신 종사자 분들은 자신의 삶을 걸고 탄원서를 내고, 언론에 인터뷰를 하면서, 길 위에서, 시청 앞에서 싸우면서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며 자녀들을 양육하고 계시다는 분들, 다른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계시는 분들, 언젠가 떠날 때를 준비하며 전세자금이라도 모으려고 했는데 대책도 없이 나가라고 하는 강제 폐쇄에 맞서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으십시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곳으로 여겨지고,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그저 업주에게 속아 성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로만 보이겠지만 누군가에게 이곳은 생계를 이어가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준비해 온 곳입니다.

어떤 착취와 폭력이 있는지는 이곳에서 일해온 분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구원하려 하지 말고 여기 함께 서시기를 바랍니다.

파주시장에게 요구합니다.

탈성매매를 약속해야만, 탈성매매를 지속하고 있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원 대책은 기만입니다. 앞으로의 삶을 다 책임져 줄 것이 아니라면 지금 처한 조건 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함부로 강제하지 마십시오. 지금 종사자 분들은 다른 곳에서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요구조차 무시하고, 일상을 감시하고 단속하고 쫓아낼 궁리만 하면서 기만적인 지원을 운운하지 마십시오. 지원을 할 거라면 조건 없이 하십시오. 종사자 중 일부가 아닌 지금 일하고 있는 종사자 모두에게 지원을 약속하십시오.

지금까지 국가는 한편으로는 법적 처벌이라는 손쉬운 장치를 동원해서 정의 실현을 자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산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왔고, 지금까지도 막대한 성산업 경제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명분이 필요할 때는 계도를 한다며 성산업 종사자들을 시설로 몰아넣고 강제로 직업 훈련을 받게 했고, 지역 경제가 전환되는 시기에는 재개발을 이유로 그곳에서 10년, 20년씩 삶을 이어온 여성들이 강제로 쫓겨나고 밀려나게 만들어 왔습니다. 용주골이 형성되어 온 역사, 지금 용주골의 상황은 이러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해 함께 투쟁하는 우리는 성산업 종사자들이 누군가에 의해 계도되고, 밀려나고, 선별적 지원으로 삶의 조건이 강제되는 현실을 규탄합니다. 성노동자들이 부당한 노동조건에 맞서 싸우고, 주거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싸울 때 그 요구를 존중받고 연대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성노동을 계속하든, 다른 노동을 하게 되든 낙인 없이 삶을 계획하고 준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산업의 부조리함이 폭로되고, 착취를 종식해야 한다면 그것은 집결지 강제 폐쇄와 단속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재개발을 목적으로 여성인권을 동원하지 마십시오. 진정 여성인권을 생각한다면 먼저 이곳에서 주민으로 살아온 종사자 분들의 요구를 존중하십시오. 우리는 여기 이곳에서 싸우는 분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사진 촬영 : 은석

마지막으로 201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진행된 세계 여성파업에서 발표되었던 성노동자 선언의 일부를 낭독하며 마치겠습니다.

성노동자들은 처음부터 99%를 위한 페미니즘의 일부였습니다.

우리는 자녀를 먹이기 위해 일하는 어머니입니다.

우리는 고향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는 이주 노동자입니다.

우리는 전쟁과 환경 파괴를 피해 도망친 난민 여성입니다.

우리도 지옥같은 공장과 땅에서 일했습니다.

우리 역시 물가 상승으로 인해 빚을 지게 되었고

모든 유형의 임금노동과 가정에서의 비임금 노동에 착취당했습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또한 일터에서의 익숙한 두려움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모든 국가, 인종, 종교, 계층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원주민 여성, 농촌 여성, 빈민가 거주자, 공공장소에 거주하는 여성, 우리처럼 토지 약탈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을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 계급과 가난한 여성과 연대하여 파업합니다.

우리는 성노동자들에 대한 낙인과 폭력이 조장하는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파업합니다.

우리 99%를 위한 페미니즘의 성노동자들은 더 이상 자매들과 분리되기를 거부합니다.

이 선언의 의미를 공유하며, 셰어는 재개발과 집결지 강제 폐쇄에 맞서 싸우는 용주골 성노동자 분들의 생존권을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