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성매매 피해자'를 "엄중한 처벌" 해달라는 파주시장, 더이상 ‘여성인권’을 이용하지 말라 기자회견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1. 2. 23:57

 

'성매매 피해자'를 “엄중한 처벌“ 해달라는 파주시장, 더이상 ‘여성인권’을 이용하지 말라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지난 8월 28일, 김경일 파주시장 용주골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자작나무회 여종사자 3명과 면담을 했습니다. 강제 철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정말 ‘아무 소통도 없었다’는 사실이 좀 부담스러웠던 걸까요? 그날 파주시장은 “파주 발전”을 위해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겠다며, 성노동자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걸 돕고”, “여성인권을 회복”하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권력을 동원해 성노동자의 생활 터전을 부수고, 사람들을 쫓아내는 방식은 여성인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닙니다. 여성이 살고있는 주거지와 일터를 강제로 없애고 수입을 끊어버리면서 여성인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가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 해서 이곳 여성들이 갑자기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용주골 성노동자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여성 빈곤 등의 문제가 그대로인데, 이곳 여성들이 성노동을 선택하게 한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인데 용주골이라는 공간만 사라진다고 해서 용주골 여성 개개인이 혼자 마음을 긍정적으로 고쳐 먹고 “정상 사회로 돌아가야겠다!”라고 외치며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게 아닙니다. 가족을 부양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고, 질병이 있는 중년의 저학력 여성 노동자가 지금 ‘정상사회’로 복귀하게 되면 저임금, 불안정, 고강도 노동 말고 어떤 일자리가 남아 있겠습니까? 정상사회에 성노동자들이 돌아갈 자리가 있긴 합니까? 파주시의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는 용주골 성노동자들을 더 빈곤하고 취약한 처지로 내몰며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입니다.

면담 자리에서, 자작나무회는 대책없는 강제철거가 아닌 자립해서 나갈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달라는 이야기와 종사자와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만든 조례지원에 대한 비판을 전달했습니다. 한 종사자분이 면담 자리에서 종사자들이 당장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으니, 파주시에서 유예기간을 준다면 자작나무회도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올해는 몇 가구로 줄이고, 내년에 몇 가구로 줄이는 식으로 점점 축소해나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자, 파주시장은 “3년 유예기간도 아예 생각이 없다. 3년 뒤에 선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조례지원에 관련해서는 “사전에 당사자들 의견 실태조사나 소통이 없었다”라고 비판하자 TF국장이 "우리는 (조례지원 만들기 전에) 인터넷에 공지했는데 당사자들이 안 본거다. 인터넷에 올렸는데 자작나무회가 안 본 거다" 라고 말하며 자작나무회를 역반하장 격으로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한 종사자분이 “뭘 언제 어디에 공지했다는 거냐, 그럼 적어도 어디에 공지했다고 말을 해줘야 하지 않냐”라고 재차 묻자 파주시 측은 종사자들이 인터넷을 못 보게 막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는 등의 모호한 말로 책임을 회피했고, 이 짧은 면담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났습니다.

파주시장이 “선거”를 언급한 순간부터,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여성인권을 위한 게 아니라,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에 눈 앞이 캄캄해 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기 삶이 무너지는 일이지만, 파주 시장에게는 선거를 위한 움직임일 뿐이라는 게 무서웠습니다. 앞에서는 ‘여성인권, 인신매매, 성매매 피해자’란 단어를 운운하면서, 뒤에서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한 업적을 만들고자 성노동자를 쫓아내려던 겁니다.

파주시장은 선거 표를 모으기 위해 ‘여성인권’, ‘성매매 피해자’란 단어를 이용하며 성노동자를 괴롭히는 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존중하는 정치를 하는 게 아닌, 선거 표를 얻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무시하는 정치는 규탄받아야 합니다!

지난 9월, 파주시청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 범시민 서명운동 협조문을 파주 초등학교학부모회장과 파주초등학교장에게 보냈습니다. 해당 협조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습니다. “파주시 관내 저희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는 지역에 반인권적인 불법 성매매 집결지가 있습니다.” 파주시청은 성매매 집결지는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고, 해를 끼치기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십시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김경일 파주시장의 ‘다음 선거’가 걱정되기 때문에 빨리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싶은 거라고요! 파주시장은 앞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여성인권’을 이용한 것처럼, 이번에는 ‘아이’, ‘청소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용주골이 기지촌인 시절, 한국 정부의 묵인하에 성장시켜 달러벌이와 지역발전을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아이를 위해서’ 용주골 폐쇄가 시급하다고 합니까? 염치가 있습니까? 정말 용주골이 ‘반인권적인 불법 성매매 집결지’라고 생각하면 용주골이란 공간을 조성하고 유지한 한국 정부와 파주시의 사과가 먼저 아닙니까?

‘성매매 집결지의 조속한 폐쇄를 적극 지지합니다!’라는 이름의 서명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성매매는 여성 인권이 처참히 유린되는 폭력행위이자 불법행위입니다.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일대에 소재한 성매매집결지로 인해 100만 도시로의 도약과 성평등한 도시 조성을 꾀하는 파주시 이미지는 실추되고 시민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김경일 파주시장님!

성평등은 공권력을 투입해 성노동자를 눈앞에서 없애버리는 게 아닙니다.

진정한 성평등은 한국 정부와 파주시가 용주골을 만들어서 국가와 지역발전 도모했던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진짜 여성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성평등은 여기 있는 자작나무회 분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입니다.

성노동자들 또한 여성의 일부입니다.

성노동자를 괴롭히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성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여성인권도, 성평등한 도시도 없습니다.

김경일 파주시장님이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멈추지 않고, 계속 무리하게 진행한다면 차차 또한 성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