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2023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혜원(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1. 3. 00:08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3부 오픈 마이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활동가 '혜원'의 발언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에서 활동하는 혜원입니다.

9년 전, 저는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투쟁에 함께하며 행정대집행을 겪었습니다. 한국전력과 정부는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사람이 살고 있는 집 바로 앞에, 농사짓는 논과 밭에,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밀양 주민들은 초고압 송전으로 인한 전자파 피해와 건강권 침해, 송전탑 건설로 인해 폭락한 땅값과 더 이상 농업과 축산업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었기에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삶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용역과 경찰에 맞서 밤낮없이 투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청과 경찰은 농성장을 불법시설물로 규정하여 행정대집행을 강행했습니다. 당시 경찰 2000여 명과 공무원 200여 명을 동원했고,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고령의 주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연대자들은 순식간에 끌려 나왔습니다.

용주골에 행정대집행이 예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행정대집행을 대비하던 날들, 찢겨진 농성장, 들려 나오는 주민들과 연대자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때도 시와 정부는 주민들이 이곳에서 삶을 이어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이주대책과 보상금으로 삶의 터전을 떠날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회유와 이간질을 하며 공동체 분열을 조장했습니다. 약 10년이 지났음에도 변함없는 정부와 지자체의 개발 정책과 그에 따른 대집행 방식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김경일 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거점시설 조성 사업이 70여 년 동안 성매매의 온상으로 남아 있는 집결지를 온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회복시키는 상징적인 출발점이 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합니다. 용주골에서 삶을 이어온 시민들은 ‘파주시의 온전한 시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몇 번의 파주시장 방문 계획에서 보았듯이 집결지 인근을 빙빙 돌 뿐, 이곳에 찾아와 시민들을 만나고,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려 하지 않습니다. 현장에 방문할 용기도 없으면서 종사자들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합니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집결지를 형성하고 필요가 없어지자 불법을 운운하며 폐쇄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주를 해야 한다면, 당사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지원과 보상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당사자들의 요구가 포함되지 않은 이주대책과 시혜적인 지원 정책은 또다시 반복되는 국가폭력일 뿐입니다.

행정대집행이 진행된다면 용주골에서 철거될 것은 불법건축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입니다. 용주골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노동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삶의 터전입니다. 이곳에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집결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곳은 용주골 투쟁에 함께하는 우리 연대자들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투쟁 현장에 함께하면서 연대자들에게 ‘당신들은 내부 사람이 아니라 외부 사람이지 않느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왔습니다. 현장에 있다 보면 내가 어디까지 어떤 목소리를 함께 내고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셰어는 차별과 혐오, 낙인 없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불평등과 차별, 착취를 종식시켜 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해소하고, 성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 삶의 공간에서 쫓겨나지 않을 권리는 셰어의 운동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운동으로서 이 자리에 함께하는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처음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을 한다고 했을 때 홈페이지에 달렸던 수많은 댓글들이 떠오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용주골 투쟁에 연대하는 셰어와 차차, 그리고 자작나무회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용주골 투쟁에 연대할 수 있도록, 재개발을 위해 자행되는 국가폭력에 맞설 수 있도록, 성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셰어도 계속해서 함께하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