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2023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1. 3. 00:11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3부 오픈 마이크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의 발언

 

안녕하십니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여름입니다. 오늘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에 함께 해주신 용주골 종사 분들, 자작나무회분들, 용주골 성노동자의 연대자분들 모두 반갑습니다!

먼저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성노동자 권리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권이나 이런거 잘 모르는 상태로 성노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노동자로 살아오다가 부당한 일도 많이 겪고 손님에게 맞기도 했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했기 때문에 임신중절도 하게 됐고,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징그러워서 죽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이 자리까지 온건, 어릴 때 성노동을 시작해서 일하는 법도 잘 모르고, 손님한테 휘둘리기나 하고, 그래서 같이 일하던 언니들까지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런 저를 따끔하게 혼내주기도 하고, 다정하게 돌봐줬던 동료 성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도와줬던 동료 성노동자들은 힘든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에게 단속을 당하고, 욕을 듣고, 처벌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망이 없어 손님에게 협박을 듣고, 불법촬영을 당하고, 맞았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이기 때문에 일하다 애를 가져도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고 숨죽여서 혼자 임신중절을 겪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불법이기 때문에 ‘창녀’라고 조롱당하고, 혐오당하고, 차별당하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제가 힘들 때 도와주고 힘이 되어줬던 사람들이 이런 식의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힘들게 일하고, 기본적인 인권도 지켜지지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누군가에겐 그저 ‘창녀’일지 몰라도, 저에겐 아주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를 비롯하여, 저를 도와줬던 동료 성노동자들과, 여기에 계신 수많은 성노동자의 인권을 지키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동료 성노동자들과 성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성노동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늘 파주시장 김경일이 용주골을 강제로 폐쇄하려는 행위가 얼마나 불합리하고 잘못된 일인지, 그리고 자작나무회와 우리가 얼마나 멋지게 잘 싸우고 있는지 말해보고 싶습니다.

파주시장은 ‘여성인권’을 들먹이면서 자작나무회분들의 수입을 끊어 더욱 생존을 힘들게 만들고, 집과 일터를 빼앗아 길거리에 내몰려고 합니다. 여성인권 때문에 용주골 폐쇄를 한다는 건 가당치도 않습니다. 오히려 파주시장은 우리 성노동자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있는, 성적으로 타락한,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를 없애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활 지원 조례를 만든 것도 진정으로 성노동자의 인권을 생각한게 아니라 언론플레이용으로, 보여주기로 만든것입니다. 정작 파주시장은 이런 조례지원받으면서 살아가지 않을거 잖습니까. 파주시장이 당장 받아도 만족할 만한 조례지원을 만들어야지, 왜 자기도 받기 싫을 형태로 조례지원을 만들어서 자작나무회분들에게 강요합니까? 이건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파주시 자활 지원 조례에 숨은 뜻은 성노동자들에게 성매매 같은 불법적인 일 하지말고 ‘정상적인, 깨끗한 새 직업’을 가지고 건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라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거만한 시선입니까? 파주시장은 지금 성노동자들을 자신보다 불쌍하고 모자란, 이런 터무니없는 지원을 받아도 만족해야하는 사람들로 대하고 있는 겁니다. 화가 날 수밖에 없죠!

게다가 우리 성노동자들은 정상적인 직업을 갖기 어려운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를 홀로 키우기도 하고, 아픈 가족을 부양하고 있고, 나에게 장애나 질병이 있어서 장시간 노동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정상적인 노동시장’ 또한 이런 우리를 반기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다른 곳으로 취업하고자 구직하는 일조차 경쟁이 심해서 너무 벅찹니다. 성노동자들이 ‘정상적인 직업’을 갖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이건 성노동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서 가난해지고, 아픈 게 아닙니다. 회사가 일부러 30, 40대 여성을 골라 뽑지 않아서 갈 곳이 없는 게 저희 탓도 아닙니다. 아이가 있어서, 아픈 가족이 있어서 오랜 시간 노동하다가 내 몸이 아파서 직장을 포기한 게, 그래서 이곳에 있는 게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가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내버려 두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고 한 가정에만 돌봄을 떠맡기기 때문에, 미혼모/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적어서 내 모든 삶을 가정에 바쳐야하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몸이 아프면 ‘쓸모가 없다’고 규정하고 잘라버리고 아예 채용조차 하지 않는 노동환경 때문에 우리는 나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조금 다른 노동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저마다 열심히 살아왔고, 여기까지 흘러왔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지켜져야 하는 인권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노동자라고 인권이 없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으로서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우리 성노동자들이, 용주골에 계신 자작나무회 분들이 자신이 선택한 일터와 주거지에서 강제로 쫓겨나지 않고, 지금 우리 모습 그대로, 여기서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여러분?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 모여 파주시장과 싸우고 있는 거라 느낍니다.

우리는 힘든 상황에서 너무 잘 싸워왔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혜를 발휘해서 난관을 헤쳐 나갔고, 각자 의견은 다르지만 뭉칠 때는 서로 뭉쳐서 함께 파주시장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이제 용주골 자작나무회 분들의 투쟁은 그저 자작나무회 분들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모든 성노동자에게 힘이 되는 싸움입니다. 자작나무회 분들의 투쟁은 우리 성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나의 권리를 말할 수 있고, 부당한 일에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성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자작나무회와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지치고, 힘들고, 슬프고, 화나는 일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또 서로를 돌보고 격려하면서 같이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