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2023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이아란(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1. 3. 00:15

 

1015 용주골 성노동자 후원파티 3부 오픈 마이크

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 대표 '이아란'의 발언

 

안녕하십니까, 저는 청소년이 만드는 소수자의 혁명을 슬로건으로 하는, 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에서 대표자로 일하고 있는 이아란입니다.

사전에서 동지라는 말은 같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께서는 용주골 성노동자분들의, 더 나아가 우리 옆에 있는 동료시민들의 존엄과 안전한 생존에 연대하는 것에서 저와 뜻을 함께하고 계신 거 같습니다. 하여 저는 이 자리만큼은 여러분들을 동지라고 호칭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김경일 시장이 밀어버리고 싶어 하고, 파주시와 자본이 개발의 상아탑을 짓고 싶어 하는 이 땅은 분단과 외세의 개입을 유지하고 싶어 하던 한국 정부가 형성한 구역들 중 하나였습니다. 미군들이 이 구역들에서 여러 사건들을 일으키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떠나버리는 동안, 한국 정부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서 이제 이곳에 아파트를 지어야겠으니, 아주 성능 좋은 명분인 여성인권과, 불법-합법 프레임을 내세우며 여기 사는 사람들이 마치 이 땅에서 빨리 사라져 줘야 할 사람들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으며 지켜지는 여성인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용주골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뛰어넘어,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삶터입니다. 민중의 삶터를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자본의 첨탑을 지으려는 자들, 그 폭압에 찬성하고 부역하는 자들, 그자들이 바로 반동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지들 동의하십니까?

이제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고, 옳다는 것은 앞선 시간 동안 많이 이야기되었으니, 저는 우리의 투쟁이 환대와 친선으로 가득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동지들께선 오늘 밥 맛있으셨는지요? 저는 처음 용주골에서 식사를 한 이후로 이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의 솜씨를 커비처럼 흡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서 먹었던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자다가 생각날 지경이었어요. 저번 투쟁에서도 간식들과 음료수, 채식을 고려한 식사에서 장소 이동까지 어느 한 곳에서도 배제와 차별을 들이지 않겠다는 마음과 이에 맞춘 숙고가 배어 나오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투쟁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에 맞춰, 그 투쟁을 하는 우리도 서로를 돌보고 현장 내에서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는 움직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초면의 연대자들에게도 언제나 최선의 환경을 조성해 주시려는 자작나무회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지난 6월 투쟁 때 손수 운전하셔서 연대자들을 픽업해 주셨던 분들, 언제나 맛있는 식사를 제공해주시는 주방 종사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하고 싶은데, 동지들 혹시 괜찮으시다면 박수나 환호로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싸움이 얼마나 길고 지루해질지를, 저들은 우리에게 지치라고-이제 그만 하라고 압박하고 조여오는 행위들을 멈추지 않을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끝내 웃으며 이길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옳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꺼이 서로가 서로의 피켓과 사슬과 곁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있는 이 자리가 훗날 사라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 웃고 울고 친선을 나누었던 지난날과 오늘의 이 마음은 우리의 가슴 속에 지하수처럼 스며들 것입니다.

동지들, 우리가 옳습니다. 이 연대가, 이 마음들이 옳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 자리가 어떤 형태로든 변한다고 해도, 오늘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잊지 말고 기억합시다. 그리고 다음 투쟁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배제와 폭력과 맞서 당당히 싸웁시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