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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노동하는 청소년은 왜 존재하는가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0. 7. 22. 00:23

성노동하는 청소년은 왜 존재하는가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열심, 왹비, 영민

청소년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의 청소년들이 성적으로 타락하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서일까요?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유입되는 가장 큰 경로는 가출 후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입니다. *1)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의 경우 98%가 가출(탈가정) 경험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탈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의 갈등 때문입니다. *2)72%의 청소년이 부모님 등 가족과의 갈등 때문에 탈가정을 합니다. 비청소년이라면 집에서 나왔을 경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청소년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청소년은 부모의 동의 없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집 계약을 하기는 더욱더 힘듭니다. 불화로 집을 나왔는데, 집 계약을 도와달라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청소년을 위한 쉼터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쉼터에 간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 가족에 속해있어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보기 때문에 다양한 억압을 경험합니다. 쉼터에서 탈가정 청소년은 수많은 규칙을 따라야 하고 외출도 의지대로 할 수 없습니다. 많은 탈가정 청소년들이 쉼터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그리고는 가출청소년들이 모여있는 가출팸에 들어갑니다. 가출팸에 들어가면 쉼터와 마찬가지로 숙식과 주거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출팸은 비청소년의 도움을 받아 월셋집을 계약하고, 작은 집에 여러 청소년이 모여 사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주거와 숙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구성원들이 나눠서 분담합니다. 가출팸은 쉼터보다 자유롭습니다. 최소한 나를 미성숙하고 어리다고 규정하고, 교육하고 선도하고 억압하려는 “어른”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가출팸에서 살아가는 비용을 분담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청소년은 여전히 인정받는 노동을 하기가 힘이 듭니다. 청소년이 노동할 경우에는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 없는 성노동에 유입됩니다.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그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이니까요. 그런데 성노동을 시작해도 청소년은 또 억압을 겪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제일 널리 퍼져 있는 산업형 성매매 업소(룸)의 경우 청소년 보호법제 30조에 따르면 청소년은 룸(식품위생법상 유흥주점)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영업주가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그리고 청소년 1명을 1회 고용할 시 1000만 원의 과징금, 1차 적발에 영업정지 3개월, 2차 적발에 영업소 폐쇄라는 행정 처분을 받습니다. 사실 룸의 업주들은 징역형을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처벌을 대신 받는 바지사장이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영업정지 3월이나 영업장 폐쇄를 당하게 될 경우 수천만 원, 대형업소일 경우 수억 원 의 손해를 보기 때문에 업주들은 절대 청소년을 고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식품위생법상 성매매나 무허가 유흥업소가 적발되어도 이 정도로 심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룸 업종에서 종업원을 고용하기 전에 반드시 민증 검사를 하는 이유입니다. 청소년이 가라민증을 만들어서 이 검증을 통과할 수도 있겠지만,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하는 가라민증 비용을 청소년이 처음부터 쉽게 부담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청소년이 다른 형태의 성매매 업소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청소년 고용금지업소에는 키스방, 대딸방, 유리방, 휴게텔 등도 마찬가지로 포함됩니다. 이 업소에서 청소년을 고용할 경우 룸 업소와 마찬가지의 처벌과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결국 청소년은 성노동자들에게는 가장 화대가 낮고 위험하다고 널리 알려진 조건만남(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으로 유입됩니다. 게다가 룸이나 노도에는 테이블 성노동(성관계나 유사 성관계를 하지 않는 접대 및 유흥 노동)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조건만남은 반드시 유사 성관계나 성관계를 포함합니다. 유사 성관계나 성관계는 법적으로 성매매로 규정됩니다. 한마디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불법적인 일에 종사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종업원과 영업진이 존재하는 산업형 성매매 업소에서 일할 경우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데, 조건만남에 종사할 경우 이러한 보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청소년이 나중에 더 큰 곤란을 겪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별 선택권이 없습니다. 돈을 어떻게든 구해 가라민증을 만들거나, 우연히 민증 검사를 하지 않는 업소(주로 노도나 룸 보도)를 찾아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일하는 현장에서도 여전히 차별은 존재합니다. 언니들은 “민짜”를 싫어합니다. 영업진들한테 “민짜가 일하면 가게가 부러진다(가게가 망한다, 사라진다는 성산업의 은어)”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저도 5년을 넘게 일하면서 누가 봐도 청소년인 것 같은 분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언니들은 아무도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가끔 흘기거나 못마땅한 눈길을 보낼 뿐이었습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구석에 앉아있었습니다. 청소년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불리는 성노동 안에서도 이런 차별을 겪습니다.

청소년이 성매매 현장에서 겪는 차별은 단속에 걸렸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3세 이상의 청소년은 성매매한 것이 적발되었을 때 그것이 자발적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대상 청소년(성 매수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청소년이 경찰 조사의 대상이 되면 집으로 우편 통지가 갑니다. 보통 청소년이 성매매가 적발되어 대상 청소년이 될 경우 가정법원에서 가장 많이 내리는 처분은 1호 처분입니다. 1호 처분은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위탁(보호자 및 자원보호자 처분 가능)”하는 명령입니다. 한마디로 보호자에게 감시를 맡긴다는 뜻입니다. 대부분 보호자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왔는데, 보호자에게 우편 통지가 가고 보호자에게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것도 성매매로 걸려서요. 자원보호자를 구할 수 있다면 매우 행운입니다. 이런 일 때문에 청소년들은 절대 성매매 단속에 걸리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특히 성구매자들이 화대를 주지 않거나, 맘대로 강간하고(성노동자도 얼마든지 섹스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랄만을 동의하거나, 콘돔을 끼지 않거나 지나친 행위는 거부할 수도 있지요.) 성매매로 신고해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정보도 없고 취약한 상황에 몰린 청소년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대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성매매 후 화대를 지불하지 않으면 사기죄에 해당하며, 성매매는 미수죄(범죄를 실행했으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의 죄)가 없다는 사실은 성노동자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신고를 해서 피해자가 되더라도 어차피 집에 통지가 갈 텐데, 결국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4)궁박한 상태에 있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자발적인 성매매였더라도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법입니다. 한마디로 가출한 청소년이거나, 돈이 없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과 성매매를 할 경우, 청소년이 자발적이었더라도 성구매자만 처벌합니다. 이 법은 부분 *5)노르딕 모델입니다. 이 법은 청소년을 지켜주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아마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다들 눈치채셨을 거예요. 청소년들은 자기가 처벌받지 않고, 성구매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겁니다. 법원의 조사를 받게 되면 집에 우편이 가니까요.

이 문제는 사실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언니들도 항상 커뮤니티에서 단속 우편물 어디로 가나요? 본집으로 가나요? 하고 물어보는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원래 법원에서 보내는 등기우편물은 등본 주소지 기준입니다. 한마디로 청소년은 혼자서 집을 살 수 없음으로 대부분 원래 집이 주소지로 등록되어있습니다. 뭐 단속우편물과 관련해서 우체국에서 우편물 주소 이전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처음에 조사받을 때 조서에 다른 주소를 적으면 된다. 사건 진행 상황을 보고 검찰로 넘어가면 전화해서 주소를 바꾸면 된다. 담당 집배원을 알아내서 우체국에 가서 바로 받아오거나 집 앞에서 기다리면 된다. 말들이 많지만 결국 이것저것 다 했는데도 본집으로 우편을 받아서 집안이 박살 났다는 언니들도 가끔 나타납니다. 청소년이라면 더욱 이런 방법을 알 수 없고(화류인 커뮤니티는 비청소년만 가입 가능하므로) 성노동에 관한 정보는 온라인상에서도 흔치 않음으로 대처하기가 더욱더 어렵습니다.

결국 청소년들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해도, 정말로 이 모든 상황을 감수하고 구매자를 처벌하고 싶을 만큼 억울하고 부당한 상황에서만 신고할 겁니다. 혹여나 청소년이 성인과 성매매를 하는 것을 알게 되어도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 않고 신고를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정의라고 생각하더라도요. 포상금을 위해서 신고를 한다면 더 나쁜 것이고요. 오히려 구매자가 신고를 빌미로 협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사실 이 문단을 쓰면서 망설였습니다. 이런 현실을 구매자들이 알게 되면 어쩌나, 이게 악용되지는 않을까. 그런데도 더 많은 사람이 이 현실을 알아서 이런 상황을 함께 바꾸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의 이러한 현실과 더불어 노르딕 모델 자체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노르딕 모델의 순기능은 분명합니다. 노르딕 모델은 일부러 성구매 남성들에게 불리한 구조를 만들어서, 성구매 남성을 성산업에서 이탈시킵니다. *6)결국, 성구매자가 줄어들고, 성산업의 규모가 축소됩니다. 그런데 과연 이 법이 성노동 당사자를 위한 법일까요?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구매 의향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거래되는 서비스의 가격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결국 성노동자들이 일하면서 받을 수 있는 돈은 노르딕 모델을 시행하면 줄어듭니다. 그리고 처벌을 받지 않아도 성노동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성구매자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를 요구합니다. *7)우선 콘돔을 거부합니다. (콘돔이 증거물로 채택되기 때문에), 자신의 집으로 성노동자를 부릅니다. (모텔 기록이 남을 때 증거물이 되므로). 노르딕 모델을 시행하면 그것이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성구매자들의 폭력적 요구가 증가하고, 그들 덕분에 돈을 버는 성노동자들은 결국 일상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그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 순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신고한다면, 매일 법원에 불려 다니다가 하루가 끝나버릴걸요.

노르딕 모델은 성노동 당사자를 위한 법이기보다는, 성매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성병의 전파, “타락하고 음란하고 비윤리적이고 무분별한” 성관계의 방지, “무고한” 일반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는 법입니다. 결국 보호가 항상 당사자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그 보호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요.

예를 들어 여성이 길거리에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칩시다. 아마 이 법은 분명히 성범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그렇게 유추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이것을 여성들을 위한 법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이래서 우리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상 남성의
권력욕과 폭력성, 사회화된 성충동과 강간 문화 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아마 이런 보호 정책을 실행해도 성범죄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청소년 성매매를 반대하고 줄이고 싶다면, 결과주의 보호 정책에 집중하는것이 아니라 청소년 성매매의 근본 원인에 집중해주세요. 가부장제와 젠더가 여성성과 여성의 몸을 자원으로 만드는 과정, 여성들을 외모에 집착하게 하고 자존감을 낮추고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을 남성을 뒤에서 조종하는 침대 위의 요부로 한정한 과정.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자신을 버린 몸, 가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그런 피해 여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회의 이중적인 성윤리. 자본주의 속 빈부격차가 열악한 노동시장과 계급을 만들어내 성산업에 빈곤한 여성들을 밀어 넣은 과정. 그 중 특히 청소년 성노동자가 처한 상황과 현재 사회에서 청소년 권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초점을
맞춰주세요.

청소년이 보호자에게 귀속된 존재로 규정되는 지금의 문화,

권리가 아니라 의무와 보호, 통제만이 주어지는 지금의 문화.

그리고 그 보호와 통제가 청소년을 더욱 구석진 곳으로 내모는 지금의 문화.

규제와 억압을 이용한 청소년 보호주의는 사회 변두리로 그들을 배치하게 시킵니다.

청소년을 ‘어른’의 시선으로 통제하고 보호하려 하지 마세요. 사회가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해줄 때만, 당신들의 ‘보호’ 없이 청소년은 자립할 수 있습니다.

 

2019. 08. 11 주홍빛연대 차차

 

*1) 2011~2014년 성매매 피해청소년 치료ㆍ재활사업 연차보고서 종단분석’ 여성가족부

*2) 경기도가족연구원, 청소년쉼터 이용자 설문 결과. news1.kr/articles/?2892

*3)law.go.kr/LSW/conAdmru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