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주홍빛연대 차차 열심, 펨트리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의 발언이 연일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위안부’를 매춘부에 비교했고, 친일에 가까운 발언을 했고, 자신의 주장에 반박하는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며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중들은 류 교수가 ‘위안부’를 매춘부에 비교하는 망언을 했다며, 여학생을 성희롱했다며 분노했다.
류석춘의 발언에는 분명한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위안부’와 현대의 매춘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도, 그 둘을 동일시 함으로써 당시에 분명히 존재했던 직접적 강제와 폭력을 삭제한 것이다. 류석춘은 ‘위안부’와 매춘부를 동일시하기 위해 엄연히 존재하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의심하고 부정했다. 위안부의 설치와 관리에 일본군과 정부가 깊이 관여하고 개입했다는 증거는 많기 때문에 '위안부'를 민간이 주도했으며 정부는 방치했을 뿐이라는 류석춘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 *1)일본 '위안부' 연구 선구자이자 주오대학 명예교수 요시미 요시아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외출의 자유, 주거지 선택의 자유, 폐업의 자유, 병사의 성적 요구를 거부할 자유 등 4가지 자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발언들은 류석춘이 평소 가진 친일 입장과 부합하여, 대중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류석춘은 자신의 말을 반박한 제자이자 여성인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는 매춘을 권유하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교수와 남성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성희롱이자 폭력이다. 류석춘 자신이 매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그것은 분명하며 여학생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자신의 권력을 사용했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이 꼭 올바르지만은 않다. 대중들은 류석춘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감히 ‘위안부’를 매춘부에 비교할 수 있냐며 분노했다. 한 성명문에서는 류석춘이 위안부를 불법 성매매에 비교하여 2차 가해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중들은 위안부 피해자는 자발성이 단 한 방울도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피해자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 생각은 자발성이 들어갈 때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 관념에 의하면, 현대의 자발적 매춘부들은 절대로 피해자가 될 수 없다. 처음 매춘을 하기로 동의했다면, 그 이후에 어떤 폭력과 부당한 일을 당하든 간에 매춘부는 피해자로 면죄 받지 못한다.
둘 사이에는 근본적인 오해가 있다. 류석춘의 발언 전문을 보면 류석춘이 매춘부를 위안부에 비교한 것은, 위안부가 자발적이었다기보다 매춘부가 비자발적이었기 때문임에 가깝다. 류석춘은 현대의 매춘부들도 자기가 하는 일을 알고 시작하는 이들이 별로 없으며, 모두 사정이 어렵고 힘들어서, 하는 일을 속아서 매춘에 종사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살펴봤을 때 그 정도는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자발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위안부’와 매춘부를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절대 유사할 수 없는, 자신이 가진 ‘위안부’와 매춘부의 관념으로 이를 받아들였고 류석춘을 비판했다. 이것은 결국 많은 사람의 성노동자에 대한 편견(혐오)에 기반하고 있다. 매춘부는 자발적이라는 생각, 자발적이면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 혹은 매춘을 하는 것은 스스로 인권을 버린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예상했어야 했고 당해도 마땅하다는 생각. 이런 생각은 결코 성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는 착취와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성노동자들은 화대를 받지 못해도 신고할 수 없고, 폭언과 욕설에도, 성추행에도, 강간에도, 사기에도 신고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좀 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매춘부는 남성 중심적 사회와 여성의 낮은 경제적 지위가 결합해서 탄생한다. 남성 권력과 자본 권력 그리고 그것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국가권력이 결합하면 매춘이 유지된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면, 자신의 가치를 섹스에 한정하는 여성이라면, 경제적으로 힘들다면 매춘에 유입되기 쉽다. 남성 중심적 관념 하에서 여성의 섹스는 여전히 자원으로 환원되고 여성은 필요하다면 그것을 돈으로 바꾸려고 한다. 법적으로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국가에서는 현재에도 성병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유흥보건증을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에게 들고 다니기를 강제하며 매춘부를 통제한다. ‘위안부’도 마찬가지로 한국만이 당한 억울한 일이라기보다, 여러 권력이 교차한다면 전 세계 여성들이 당할 수 있는 일에 가깝다. 매춘을 탄생하게 한 권력이 강하게 요구한다면, 국가 권력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면, ‘위안부’는 언제든지 탄생할 수 있다. 권력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이 권력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 벌어진다. 류석춘의 성희롱 발언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폭력에 반대한다면, 성노동자들이 겪는 혐오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것이 결국 또 다른 '위안부'의 탄생을 막을 수 있다.
2019. 09. 25. 주홍빛연대 차차
*1):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3033500073?input=117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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