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연대차차 98

[발언문 공유] <Red Canary Song> 8LIVES VIGIL - New York Body Workers Remember Atlanta : 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주홍빛연대 차차 왹비님의 추모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애틀란타 총기난사 사건이 1주기입니다. 8명이나 죽고 시간이 흘렀는데 세상은 고요합니다. 마치 이들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요. 어떤 사람들은 피해자가 죽어도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피해자들을 위해 흘렀던 눈물의 양이 너무나 적게 느껴졌습니다. 분명히 사람이 죽으면 슬퍼해 주고 눈물 흘려주는 게 규칙처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데,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존재들도 있단 걸 실감했습니다. 애도 될 수 없는 죽음이 존재하는 듯했습니다. 여성, 퀴어, 이주민, 난민, 성노동자, 장애인, 동물들의 죽음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이들의 죽음 앞에서는 애도하지 않으려 하고, 모른 척하고, 눈물 흘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슬픈 죽음이 아니니까요. ..

[소식] 국제 성노동자 권리의 날 : 홍콩, 대만, 캐나다 성노동 운동 단체 소개

매년 3월 3일은 인도에서 시작된 국제 성노동자 권리의 날입니다. 2001년 3월 3일, 2만 5천여명의 성노동자들이 인도에 모여 축제를 벌인 날을 기념하는 날로, 차차는 국제 성노동자 권리의 날을 기념해 홍콩, 대만, 캐나다 성노동 운동 단체를 소개합니다. 1. 홍콩 Midnight Blue 午夜藍 http://www.mnbhk.org/ 트위터 : @mnbhk_4555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idnight.blue.hk 📌Midnight Blue란? 2006년에 설립되었으며 남성 및 트랜스젠더 성노동자를 위한 단체입니다. 홍콩의 경우 홍콩인 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출신 남성 성노동자가 아주 흔합니다. 📌홍콩 성노동자의 상황? 홍콩에서 성노동은 합법이지만 혼자서 일..

[2021 성노동자 추모행동] 예고

사회는 우리의 애도에 응답하라 성노동자 추모행동 2021. 12. 18 2021 성노동자 추모행동 창녀행진 (Slut Walk) 2021. 12. 18 창녀의 몸과 창녀로 취급받던 몸들이 모여 거리를 걷습니다. 가부장제가 우리를 성녀와 창녀로 구분 지을 때, 우리는 연대의 춤을 춥니다. 나는 창녀다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이울 : 무제

무제 이울 슬플 때 손톱자국을 낸 적이 있나요? 초승달이 뜬 밤은 어둡다. 자세히 보면 날카롭게 떠 있는 손톱달이 보인다. 가끔 견딜 수 없을 만큼 속이 타들어갈 때 피부에 손톱자국을 내곤 했다. 달이 여러 개 뜬 피부는 점차 통각에 둔해진다. 나도 내 삶에 둔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우울이 강이 된다는 말 우울이 강이 된다는 말은 너무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흘린 눈물과 흘리지 않은 눈물을 모두 모은다면 어느 정도일까. 욕조를 가득 채울까? 방 하나를 가득 채울까? 그렇지만 종종 울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흘러가버린 강물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흘러간 눈물과 슬픔도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뼛속까지 아플 때가 있어요.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을 느..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혜곡 : 어떻게 운동까지 사랑하겠어, 차차를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운동까지 사랑하겠어, 차차를 사랑하는 거지 혜곡 처음 차차에 들어왔을 때 저는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디서든 그랬어요. 한 번은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교육 첫날 매장 사진을 구석구석 찍어서 그날 밤에 집에서 전부 외웠습니다. 빵의 이름이나 제자리, 매장 구조 같은 것들을요. 그렇게 사는 건 저를 능숙하고 믿을 만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언제나 수치심이 그림자처럼 뒤따르는 방식이기도 했죠. 완벽한 자신에 대한 기준은 한없이 높아서, 아무리 사소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고 아무도 저를 나무라지 않을 때도 제 그림자가 저를 매섭게 질책했어요. 그러나 그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와 말하는 거지만, 그런 제 눈에 차차의 느슨한 업무환경..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나디아 : 붉은 꽃

붉은 꽃 나디아 하얀 눈으로 가득 덮인 세상 하얀 세상 내딛는 발걸음마다 붉은 꽃 피리니 저기 저 이는 발자욱만 남거늘 긴 긴 걸음마다 붉은 꽃만 선연히 피었다 눈보라 속에서도, 살얼음 어는 추위에도 내 가는 길은 내내 붉게 피리라 작품 소개글 : 선입견과 본인에게 주어진 환경을 담담히 내딛어 가는 성노동자를 표현했다. 타인에게 받는 상처를 붉은 꽃과 핏방울로 빗대었다. 그 흔적들이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메세지가 될 수 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 작가 소개글 : 고양이 넷과 함께 생활하는 1인. 가정폭력 신용회복 성폭력을 겪으면서 성노동에도 잠시 발을 들임. 성노동이 왜 노동이 아닌지, 왜 무조건 막으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을 품으며 온갖 편견에 맞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성노동자들을 시로 담아내고..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데파코트 : 죽음의 위계화에 저항하며

죽음의 위계화에 저항하며 데파코트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랍니다. 우린 쓸모없는 사람들이 아니오. 너희가 먹는 빵을 만드는 사람일 뿐 포도주를 담그고 그 찌꺼기를 먹을 뿐. -이랑, 늑대가 나타났다- 당신에겐 사랑했던, 소중했던 존재가 있는가? 나에게는 많지는 않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하늘의 색이 물드는 시간, 향기, 꽃, 꽃말, 좋아하는 색감, 노래, 장소,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거나 못 먹는 음식,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알아나가고, 알고 지내는 몇 년동안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처럼 그 사람의 아주 작은 ..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밀사 : 모든 것은 '비창녀'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비창녀'로부터 시작되었다 밀사 이 글은 성노동자 및 성노동자 앨라이를 향한 강도 높은 혐오 발언 및 사이버 불링의 직접 게시를 포함하오니, 열람 시 각별히 주의 바랍니다. 0. 일어날 일이 기어이 일어나고야 마는 모든 날의 시작이 그러했듯이, 그날도 어김없이 평범했습니다. 친구 잃은 지 만 3년 지난 그저 그런 사람이 그러하듯이, 저는 제가 잃은 친구인 메루메루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는 만큼 분노하며 트위터 계정에 뭐라 뭐라 써댔습니다, 평범하게요. 내용 역시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늘 하던 똑같은 얘기를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할 뿐이었으니까요. 메루메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리고 세상을 떠난 후, 저와 메루메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대략 아시리라고 생각해..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멜섭왹비 : 낙하

낙하 멜섭왹비 망가져 버렸다, 라는 단어를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임신 중절 수술 후 더 아픈 사람이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었고, 감당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새로운 통증에 시달리게 됐다. 매일 근육통과 관절통에 시달렸고, 어떤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으며, 비가 오는 날엔 통증이 더 심해졌다. 통증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산발적으로 온몸을 돌아다녔다. 어제 가슴이 아팠다면 오늘은 허리가 아팠고 내일은 배가 아팠다. 어떤 때는 누군가 칼로 내 배를 들쑤시는 것 같기도 했다. 배가 칼에 꽂히면 이 정도로 아프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섭식에도 문제를 겪었다.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할 것 같았고 하루에도 화장실을 대여섯 번씩 ..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달연 : 밤은 길어, 노래해 소라야

밤은 길어, 노래해 소라야 달연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까. 그때를 기록하는 것에 앞서서 많이 망설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제 발로 들어갔으니까’ ‘어쨌든 돈 벌었으니까’ ‘합의 한 거니까’ 약자의 위치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누군가들의 단호한 편협함 앞에서조차 부끄럽고 싶지 않았던 비겁한 나라서, 정작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나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때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뒤돌아보게 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폭력이 아닌 노동을 위한 투쟁, 그걸 하려는 사람들이 마음에 밟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도 거기 있었고, 같은 걸 겪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에, 기록할 용기가 났다. 말하고 싶은 것은 한도 끝도 없이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