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연대차차 98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보람 : 어쨌든, 각자의 선택

어쨌든, 각자의 선택 보람 처음 업소에서 일했던 때는 2020년, 그러니까 작년 8월쯤이었다. 그전에는 계속 트위터로 조건만남만 해왔었는데, 5월에 경찰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처음에 모텔에 들어가 경찰 신분증을 마주했을 때는 정말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경찰은 부모님께 절대 연락하지 않을 것이며 상담 센터로 연계하기 위한 단속이라며 선심 쓰듯 말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50분 가까이 모텔방에서 대화하는 동안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몇 번이나 참아냈다. 그는 내가 다니는 대학을 묻고, 왜 그런 좋은 대학 다니는 학생이 이런 일을 하냐며 훈계조의 말을 했다. 명문대 학생증만 있으면 빚 2,500만 원이 저절로 갚아지기라도 하나요,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쓸데없이..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익명 : 너무 당연하고 간단하지만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실

너무 당연하고 간단하지만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실 익명 안녕하세요. 저는 페미니스트고, 그간 트위터의 상황을 지켜보며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렇게 저의 생각을 표현할 자리가 생겨서 기쁩니다. 성노동자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편협하거나 부족한 글이 될까 다소 염려스럽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모쪼록 너그러이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며칠 전 한 타투 노동자의 트윗을 읽었습니다. 타투 상담을 하는 오픈채팅방에 한남이 들어와서 성적 요구를 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쓴이는 타래로 ‘타투 합법화가 되어야 이런 사람들을 신고하고 처벌받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타투 합법화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며 그 트윗을 인용했습니다. ..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루비 :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루비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도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부터 대면 업종에서 일했습니다.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윗사람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어 퇴사했고, 그 이후로 아직도 안정적인 근무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힘들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마스크는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조차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조치입니다만, 병증이 없고 상대적으로 민감한 정도인 저에게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스크 상시 착용 수칙을 사업장에 적용하였을 때는 마냥 수긍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직 3개월 만에 어렵사리 취..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익명 : 수취인불명의 편지

수취인불명의 편지 익명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당신에게,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기분은 어떤지, 혹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 편지를 받게 될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특정할 수도, 제 자신을 드러낼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제 잘못도, 당신의 잘못도 아닙니다. 제가 용기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편지를 띄웁니다. 제 손가락의 수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제 손가락에는 수포가 있습니다. 수포는 내가 나를 돌보고 챙기는 데 소홀했다는 신호입니다. 수포가 올라..

[2021 성노동 프로젝트 제 5회] 유자 : 0 or 100

0 or 100 유자 여성의 도의가 아들을 많이 낳는 것이었던 시절, ‘여성미’의 상징은 풍요와 다산을 가져다줄 넉넉한 골반과 유방이었다. 여성의 넉넉한 몸은 아들을, 성(sex)을, 노동력을 남성들에게 선사함으로써 여성들은 그 넉넉한 몸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설계된 그대로 먹고 풍만해지기만 한다면, 운이 좋아 남자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그러나 19세기 낭만주의 운동 등장 이후로 ‘미’는 본격적으로 여성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야위고 창백한 피부가 높게 평가받기 시작하였으며, 마른 몸이 추앙받기 시작하였다. 더는 넉넉한 몸만으로는 부족했다. 풍만하기만 한 몸이 내쳐진다는 것은, 이제 여성에게 생식능력 이상의 능력을 갖춘 몸이 필요해졌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풍만한 몸이 지..

18. 창살의 남김없는 분쇄를 위하여: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21주기에 부쳐

창살의 남김없는 분쇄를 위하여: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21주기에 부쳐 2000년 9월 19일, 전북 군산 대명동의 성매매 집결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 여성들의 생전 기록을 통해 감금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건의 진상은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10대 때 가출했다가 인신매매되어 성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었으나, 인근의 경찰들이 포주와 유착 관계를 맺고 그 사실을 눈감아주고 있었다. 2년 뒤인 2002년 1월 19일, 군산 개복동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감금당한 채 강제로 성노동을 하던 14명의 여성이 화재로 질식사했다. 두 사건이 미친 충격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은 처벌하되 "..

[웨비나] 2021 세계 성노동자의 날 웨비나

[웨비나] 2021 세계 성노동자의 날 웨비나 날짜 : 6월 2일 (수) 시간 : 밤 10시 (KST : 한국시간) 장소 : Zoom 6월 2일 세계 성노동자의 날은 1970년대 프랑스 성노동자들의 시위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2021년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며 성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차별과 혐오를 마주합니다. 전염병, 인종차별, 정부의 억압은 성노동자들의 상황을 악화시키지만, 이러한 상황은 성노동자들이 단결할 기회를 만들기도 합니다. 홍콩, 대만, 캐나다, 미국, 한국 등에서 온 6개 성노동 운동 단체에서 6월 2일 웨비나를 개최해 코로나 시대의 성노동자들의 상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合辦團體 Host 香港 Hong Kong — 午夜藍 Midnight Blue https://www.facebook..

[웨비나] 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한 표현의 자유

[웨비나] 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한 표현의 자유 ◾일시: 2021년 5월 25일(화) 15:00 - 17:00 (RSVP only) ◾장소: 온라인(Zoom) ◾주최: 사단법인 오픈넷, 주홍빛연대 차차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참가신청 ◽사회: 미루(사회운동 활동가) ◾발제 ◽성노동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면 안 되나요?: 사이버불링, 2차가해, 모욕죄 고소 그 이후 | 왹비(성노동 활동가) ◽성노동자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필요성: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 | 다이타 카투라니(디지털 보안 전문가, 페미니스트 기술 활동가 ◽성노동자 대상 차별과 사이버불링 그리고 기술적 해결책: 호주 사례를 중심으로 | 롤라 헌트(성노동 활동가, 어셈..

[미팅] 한국X대만X미국 성노동자 단체 온라인 미팅

2021년 5월 6일 주홍빛연대 차차는 해외 성노동자 단체와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주홍빛연대 차차 🌹대만 Diary of the Hostess 대만 성산업종사자권익추진협회 대만 직업노조(성노동자 노조) 🌹미국 Red Canary Song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각국의 소식을 전했어요. 앞으로도 해외 성노동자 단체와 활발히 네트워킹 해나갈 예정입니다. 차차의 활동을 지켜봐주세요❤

[무료 법률상담] 성노동자 대상 무료 법률 지원 사업을 시작합니다!

주홍빛연대 차차에서 ⚖성노동자 대상 법률 지원 사업⚖을 시작합니다!! ◽영업시간 : 화~일 저녁 7시~ 밤 10시 ◽전화/문자 : 010-6646-7763 ◽카카오톡 친구 추가 : 2019chacha 무료 법률상담, 비밀보장 ▪️주홍빛연대 차차란? 우리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차근 없애 나가는 당사자 중심의 모임입니다. 차차에는 개인 조건으로 일하거나 유흥업소 또는 기타업종(키방, 마사지, 조건 사무실, 출장 마사지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차차는 언니들끼리 "더 이상 이렇게 못 살겠다!" 싶어서 모인 단체에요. 일하다 보면 말하기 힘든 고민들이 자주 생기잖아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까,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