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성노동자 추모행동/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모든 취약한 존재가 초대된 장례식>

[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달연(International Waters 31)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12. 23. 18:41

 

영상 촬영 : 은석

 

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성노동자, 성소수자, 약물 사용자, 이주민, HIV/AIDS 감염인, 모든 취약한 존재가 초대된 장례식> 발언문 공유

달연(International Waters 31)

안녕하세요. 저는 외국인보호소 폐지를 위한 물결 international waters 31에서 활동하고 있는 달연입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INTERNATINAL WATERS 31은 국경없는 모두의 바다라는 뜻을 가지고 외국인 보호소 철폐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보호소의 이름을 한 구금소인 그곳에는. 누구의 소유도 아닌 지구의 땅을 쪼개어서 만든 얄팍한 국경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내몰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계는 차별과 혐오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은폐되는 폭력의 논리가 ‘행정’이라는 변명을 낳았습니다. 행정의 이름을 한 구금은 ‘보호’라는 딱지를 달고 사람들의 삶을 난도질합니다. 성적 취향을 이유로, 병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다른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타국으로 와 독방에 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의 삶과 외국인보호소는 연결되었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알 수 없는 방은 저에게도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구매자와 단 둘이서 작은 방에 남겨져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노동의 순간이 울컥 떠올랐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중력처럼 당연해야 할 누군가의 존엄과 안전이 무중력 공간처럼 사라지는 시간과 공간에 우리는 누구나 놓이게 됩니다.

심지어 어떤 존재들에게는 이 사회 전체가 아주 커다란 감금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주일 전. 수 만 명의 생명이 땅에 묻혀 죽임 당해야 했던 일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죽음 또한 낙인 아래 우리 사회에서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가축’으로 불리며, ‘방역’이란 이름으로 땅에 파묻혀 죽음으로서 처분당했습니다. 그들을 삶의 끝으로 내몬 낙인의 이름은 ‘조류 인플루엔자’입니다.

여기 초대된 취약한 존재들을 묶을 수 있는 낙인이 또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약물’일 것입니다. 약물은 혐오받는 취약한 존재들의 삶에 깊게 스며들어 있고, 취약한 존재들은 약물을 거절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사회는 약물을 혐오합니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성소수자, 이민자 등 특정 그룹을 공격하는데 열중하고, 정신병과 질병을 지닌 이들은 ‘약쟁이‘라는 납작한 언어로 희화화됩니다. 약물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노동환경에서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성노동자의 삶과 인간으로부터 평생을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투여받으며 살아가야하는 비인간동물들의 삶은 연결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약물을 사용하는 존재를 내쫓는 사회는 약물을 투여받고 약물이 투여되는 취약한 존재들이 있지 않다면 굴러가지 않습니다.

그것은 실은 우리는 모두 취약한 존재들이고, 우리가 모두 경계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익논리로 빠르게 존재를 분리해내는 세상 앞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아주 불안정하게 흔들립니다. 가장 나약한 모습을 증명해내야 인정받는 세상에서 우리는 분명하게 내가 무엇은 맞고 무엇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생은 너의 것이지만 나의 것이기도 합니다. 모든 취약한 존재들의 삶의 문제는 뒤엉켜있고 우리는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애도할 수 없을 때 너무 두렵고 슬퍼집니다. 마치 내 삶이 애도받지 못한 것 처럼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의 이주민이자, 이 땅의 노동자입니다. 유일무이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퀴어이자, 작고 큰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개별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숨을 쉬고 살아가는 동물들입니다.

미처 다 언급하지 못할만큼 무수히 많은 사회가 정한 경계들로 깎이고 분리되고 쫓겨나고 또 차별받아야 했던 모든 존재들을 오늘 이 자리에서 애도 하고 싶습니다. 혐오에 의해 착취되고, 제거되고, 지워져야 했던 존재들에게 당신은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는 사랑의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았을. 살아있음 그 자체로 투쟁이었던 그들의 모든 시간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힘이 저에게도. 우리에게도 내재되어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회가 지우려고 애쓸지언정, 지워질 수 없었는 존재들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이 자리가 저에게는 경계와 낙인을 두려움없이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죽음을 마땅히 슬퍼하고, 폭력에 마땅히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굳게 믿는 서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이런 서로의 모습을 기억해즐 이들이 있다는 것도요. 사랑하고 사랑받기에 완벽하게 아름다운 우리 모두의 삶과 죽음이 충분히 축복되고 애도되는 세상이 올거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