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성노동자 추모행동/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모든 취약한 존재가 초대된 장례식>

[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보통(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2. 12. 23. 18:47

 

영상 촬영 : 은석 

 

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성노동자, 성소수자, 약물 사용자, 이주민, HIV/AIDS 감염인, 모든 취약한 존재가 초대된 장례식> 발언문 공유

보통(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띵동에 놀러온 청소년이 따뜻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소파에서 뒹굴다 일을 하러 갑니다.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소란해집니다. 말하진 않았지만 그이가 하는 일이 성노동일 거라 예상될 때, 배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안부를 기다립니다.

띵동은 위기에 처한 청소년 성소수자를 상담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이 중엔 당연히 성노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노동 청소년을 만나면 말해준 용기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어떤 머뭇거림 속에서 말을 해주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이와 함께 보다 안전한 일자리나 복지제도를 찾아보려 노력하지만, 청소년이 스스로 자립하고 생계를 유지할 방안은 마땅치 않습니다. 지금 있는 노동환경에서 최대한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거나, 건강검진을 지원하며 꾸준히 만나는 것이 최선이곤 합니다. 사회적 낙인 때문에 끝끝내 자신이 하는 일을 얘기하지 못하는 이도 있고, 심각한 피해를 입은 후에야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누군가는 자신이 하는 일을 밝힐 수가 없고, 일터에서 위험에 처하고, 다양한 일자리와 노동환경을 택할 권리가 없을까요. 때때로 무력감을 느끼고 자주 화가 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정폭력 때문에 밖으로 내몰린 10대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이 없어서, 트랜스젠더를 고용하지 않아서, 취약한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의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사람들은 성노동을 하고, 또 그곳에선 위기가 반복됩니다.

소수자를 향한 착취는 비단 성노동 현장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청소년, 그리고 성소수자의 취약성을 이용해 성착취를 하거나 갈취하는 범죄가 빈번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는 사회 위로 올라오거나 통계화되기도 어렵습니다. 청소년이 성과 관련된 것은 금기시된 일이고,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숨겨야 하는 약점으로 치부되니까요. 소수자를 어둠 속에 두는 사회구조 속에서 이들을 향한 착취는 너무 손쉽게 일어납니다.

최근 퀴어 페미니스트 합창단 아는언니들의 공연에서 ‘고난은 자꾸 아래로 흘러’라는 가사를 들었습니다. 수해민들을 비롯해 재난상황에서 피해를 입는 소수자들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노랫말인데요. 재난마저 평등하지 않은 참혹한 세계에 대해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사회의 아래에서 착취당하고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애도합니다. 동시에 우리 모두가 동등한 위치가 되길 강하게 촉구합니다.

누군가의 권리를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밉습니다. 그이의 몸은 재화가 아닙니다. 짓밟아도 되고, 마음대로 해도 되고, 손가락질하고 타자화해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성노동자는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이고, 권리를 빼앗겼음에도 생존해 나가는 강한 사람들입니다.

내 눈 앞에 있던 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흘러내리는 재난 속에서 함께 권리를 찾고 희망을 퍼올리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합니다. 나를 만난 사람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