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성노동자 추모행동/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모든 취약한 존재가 초대된 장례식>

[후기] 하은빈(이끼) : 2022 성노동자 추모행동 후기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 3. 18:21

photo by. 곽예인

 

모든 취약한 존재가 초대된 장례식

 

하은빈(이끼)

 

젯밥으로 상에 오른 사물들이 반짝이고 있다

담배 케익 딜도 바이브레이터 양초 콘돔 만화 알약 연고 섹스가이드북

 

즐거워하고 있잖아

한번도 사랑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듯이

 

조명이 따뜻하고 파티가 한창인데

사람들이 곳곳에서 훌쩍이고 있다

마음놓고 슬퍼할 수 있어서 기뻐하고 있는 중입니다

 

괄호쳐진 이들을 셈할 손이 모자라

문상객들이 너도나도 손을 보탠다

 

여름 원피스를 입고 혹독한 한파를 뚫고 온 이가 말한다

이것은 몇 해 전 입으려 했던 수의입니다

 

사회자가 말한다

축하합니다 아무쪼록 계속해서 죽는 데 실패합시다

 

크림과 체온과 병균과 추문을 푹푹 찍어 나누어먹고

눈가의 짠물을 닦아주느라 부산을 떨며

손에 손잡고

박수를 치고

 

장례식에 모여앉은 사람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특별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도무지 애도를 그칠 수가 없어서

저주를 덕담으로 나누는 이들을 기어이 사랑하다가

사랑하다가

 

자신의 수의를 입은 이들이

모조리 성질이 고얀 꼬부랑 할머니가 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시간

촛불이 다 탈 때까지

사진사가 그것을 찍었다

 


 

*김사월, <누군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