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둘러싼 대책없는 펜스 철거에 반대한다 : 별이(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1. 18. 05:21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둘러싼 대책없는 펜스 철거에 반대한다

 

별이(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저는 자작나무회 별이 입니다.

저희는 오늘 파주시청과 연풍리 읍장님께 펜스철거 반대 의사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화요일 시민 동참 걷기대회와 목요일 저녁 올빼미 감시단, 이 두가지는 파주시청이 저희 종사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하는 행사입니다. 시민들에게 종사자들이 감금 강탈을 당하고 있다며 저희를 불쌍한 피해자라 정해 놓고 종사자들의 생활 터전인 이곳을 구경하듯 다니며 저희 종사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이 폐쇄 되어야만 파주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용주골에 학생들이 지나다닌다고, 주택가에서 보인다고 거짓 보도를 일삼으면서 시민들에게 용주골 폐쇄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동안 저는 저희 동네로 학생들이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동네 입구에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붙어 있고, 펜스가 동네를 둘러싸 막고 있는데 밖에서 어떻게 저희를 보나요? 오히려 파주시청이 펜스를 철거하면 그제서야 저희 동네가 보이게 됩니다. 

펜스를 철거할 시 큰길에서 이곳이 보이게 되며, 용주골을 모르고 있던 학생들까지 호기심에 이곳을 지나가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여기 성매매집결지가 있다고 알려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학생들에게 노출이 되든지 말든지 그냥 본인들이 이곳을 폐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뭐든지 철거하려는 사람들처럼 펜스를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거기에 연풍리 읍장님까지 합세하셔서 이 연풍리 일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철거를 실행하겠다고 합니다. 

대책 없는 펜스 철거를 반대하는 주민 탄원서가 현재 70장 정도 모였고요, 오늘 주민 세 분이 면담요청 하러 갈 겁니다. 펜스 철거 문제에 관해 주민들과 상의하고 있다고요? 용주골 주변 주민들은 펜스 철거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행길 걷기대회 초반, 개천가 쪽으로 시청 직원과 경찰, 시민들이 보라색 풍선을 들고 동네 안으로 진입했을 때, 종사자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튀어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사고 없이 종사자분들을 진정시키고 돌려보냈었지요. 지금 저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시나요? 화요일 걷기대회 사람들이 오면 종사자들은 가게 불을 끄고 가게 안에서 숨죽이며 사람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립니다. 그 시간 즈음에는 동네에 사는 종사자들이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걷는 광경을 지켜보는 게 너무 아프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화가 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잘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행길 사람들에게 저희의 절박한 상황은 남의 일이고, 없어져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희를 그런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존재가 저희에겐 너무나 큰 상처가 됩니다. 

펜스를 철거하고, 저희가 지금보다 더한 인권침해를 겪게 된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계속 가게 안에서 숨죽이며 더 참기만 해야 합니까? 

저 멀리서 많은 사람들이 저를 지켜본다는 게 무섭습니다.

너희들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라고, 노출되는 걸 무서워하는 건 떳떳하지 못해 그런 거 아니냐고말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제 스스로 떳떳하다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까지 떳떳하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부모 형제가 있는 한 집안의 딸이 있습니다. 누나가, 동생이 있습니다. 가족에게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펜스 없이 노출된 곳에서 계속 일하다가 가족들이 알게될까봐 겁이 납니다. 틱톡이나 유튜브에 찍혀 올라갈까봐 두렵습니다. 

연풍리 읍장님! 펜스 철거 계획을 멈춰 주시고 무엇이 연풍리 주민들에게 나은 방향인지 다시 검토해 주십시오. 20년도 더 전부터 파주시청에서 왜 이곳에 저 높은 펜스를 올려 용주골을 숨겨 두었는지 그 처음의 이유를 생각해 주십시오. 자작나무회 종사자 전원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강제폐쇄를 앞두고 여러 위협에 시달리는 지금, 펜스는 저희의 목숨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