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강제폐쇄 대응(2023~2024)

[발언문 공유] 12월 21일 새벽 6시, 영하 19도에 기습적인 CCTV 설치 시도를 막은 용주골 종사자 B씨의 목소리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2023. 12. 21. 21:12

사진 출처 : 우프 @withoutframe_ 성재윤 @s_jyunn
사진 출처 : 우프 @withoutframe_성재윤 @s_jyunn

 

12월 21일 새벽 6시, 영하 19도에 기습적인 CCTV 설치 시도를 막은 용주골 종사자 B씨의 목소리

 

저희 종사자들은 비상시를 대비해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24시간 마을을 지키는 중입니다. 서로가 내 집, 내 직장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수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서로에게 확인하고 알리며 지낸 지 10개월이 지났습니다.

12월 21일, 밤이 길고 추운 날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정리 중인데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종사자 한 명이 동네 반대쪽 논과 밭쪽으로 10명 이상의 남자들이 진입하는 걸 확인하고 단체톡에 알려줬고, 급히 옷을 챙겨입어 뛰쳐나갔습니다. 알려준 위치로 뛰어가 보니, 크레인과 시청직원, CCTV 설치 작업자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있었습니다.

종사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CCTV 설치를 막기 위해 논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파주시 직원은 그 와중에 무리하게 작업을 지시하여 크레인을 작동시켰습니다. 종사자들은 작업을 중지해달라고 계속해서 항의하였지만, 파주시청 직원과 CCTV 설치 작업자는 무시한 채 작업을 강행했습니다. 저희는 절박한 심정으로 두려웠지만, 작업을 중지시키기 위해 크레인에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레인에 오르려는데 시청직원이 ‘공무집행 방해’라며 한 종사자를 밀었습니다. 저희는 그 남자가 미는 방향대로 몸이 꺾였고 온몸이 덜덜덜 떨렸습니다. 몸이 추워서 떨리는 건지, 상황이 무서워서 떨리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떨면서 크레인에 뛰어올라 작업 중지를 부탁하는 종사자들과 제 모습에 서러워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평생동안 이렇게 나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쳐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물러서면 나와 동료는 분명히 끝없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CCTV 설치를 막았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6시, 종사자 여러 명이 크레인에 올라타 서로 의지하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종사자들이 계속 버티니 작업취소 명령이 내려졌고, 시청직원들이 철수하는 모습을 확인 후 크레인에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와서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양말도 못 신고 뛰어나온 사람, 겉옷도 챙겨입지 못하고 잠옷만 입고 나온 사람… 오늘 파주는 영하 19도였습니다. 모두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2023년 가장 추운 겨울날, CCTV 설치로 자작나무회를 고립시키려는 파주시청과 저희는 싸워야 했습니다. 종사자들은 11월 28일, 새벽에 CCTV 설치를 위해 파주시청 직원들이 포크레인으로 밀고 들어온 날 이후, 밤낮으로 잠을 설치며 저희의 집, 직장을 하나가 되어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조금만 주면 서로 손잡고 나갈 수 있을 텐데, 무작정 숨통을 조이며 몰아붙이는 파주시… 2023년 겨울은 유난히 춥고 힘든 한해로 기억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