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는 '성 노동자'입니다·④] 외화벌이 상찬, 미군 떠나자 방관… 국가 묵인에 '지워진 존재'로
혐오는 가깝고 연대는 먼 공간, 도시개발 논리가 손쉽게 파고들어 원주민을 쫓아내는 지역. 성매매 집결지의 흥망성쇠에 있어 국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인권 회색지대'에 머문 여성들은 오랜 기간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도구로 이용되며 '지워진 존재'가 됐다.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성매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다뤘지만, 이듬해 '특정 지역 설치(적선지대)'라는 예외 조항을 두고 파주·동두천·의정부·이태원 등 미군기지 인근과 주요 기차역 근처 104군데를 특정(윤락) 지역으로 지정해 성매매 단속에서 제외했다.
2010년대에 들어 경기도 내 지자체 곳곳에서 폐쇄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성매매 집결지는 사실상 '불편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파주를 포함해 수원·성남·평택·동두천 등지에서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으로 묶어 사회로부터 격리했다. 성을 알선하거나 매매하는 행위가 '불법'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나, 수십 년 동안 지역 내 특정 공간에서 암묵적으로 공공연하게 행해졌다.
국가의 책임을 빼놓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이야기하기 힘든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국가가 성매매 집결지 운영에 개입한 동시에, 세월이 흘러서는 이곳을 '금단의 구역'으로 대하며 방관했던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불법'이기에 집결지를 즉시 철거해야 한다"는 지자체의 행정대집행 명분이 당사자들에게 모순적으로 들리는 이유다.
물론 과거 주한미군 기지촌과 현재의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완전히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예나 지금이나 국가가 성매매 종사 여성을 '시민'이 아닌, '수단'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될 때는 기지촌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여성들을 통제했고, 도시화에 따른 재개발 논리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억압할 때는 '인권'이 아닌 '자본'의 편에 섰다.
'주홍빛연대 차차'의 여름씨는 "파주시를 넘어 한국 정부가 기지촌 시절부터 성 노동자들을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외화벌이 대상으로만 이용했다. 훗날 기지촌은 성매매 집결지가 됐고, 부동산 개발 이익 때문에 집결지가 사라지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이제 이곳 여성들에게 나가라고 한다"며 "기지촌·성매매 집결지를 방조했던 경기도나 정부의 사과 또는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단속과 처벌을 넘어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사읽기 : http://m.kyeongin.com/view.php?key=2024022001000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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